국수-선식-환약에도 ‘불량 가루’ 들어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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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사료 맛가루’ 업체 재료로 만든 일부 제품 시중에서 여전히 유통
경찰, 구체적 품목-업체 안밝힌 채 “239개 식품회사 목록 식약처 줬다”
소비자 “제품명 공개안해 불안 확산”

폐기하거나 사료로 사용해야 할 채소와 다시마가 포함된 면류 등이 여전히 시중에 유통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4일까지 관계당국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4일 “불량 재료를 가루로 만들어 팔아넘긴 I사의 분말을 원료로 만든 면류와 선식, 환약, 유부초밥 재료 등이 시장에서 소진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I사는 5월 중순 경찰이 공장을 압수수색할 당시에도 육안으로 이물질을 확인할 수 있는 상태의 불량 미역 2500kg을 쌓아놓고 있었다. 경찰 단속 이후 현재까지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I사가 공급한 불량 분말을 원료로 제조된 식품들이 여전히 시중에 유통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유통되는 양도 파악되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맛가루 제조업체 A사를 제외하면 다른 238개 회사는 I사로부터 공급받은 불량 분말의 양이 미미하다”며 구체적인 품목과 양을 정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경찰은 수사 결과를 발표한 지 사흘째인 4일 오후 5시경에야 I사의 분말을 납품받은 식품회사 239곳의 목록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전달했다. 식약처는 “지자체와 협의해 불량 재료를 납품받은 업체에 대한 추가 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I사를 담당하는 경기 포천시에도 2일 식품회사의 목록을 전달했다. 포천시 관계자는 “230여 개 업체의 목록을 받기는 했지만 경찰 공문으로 어떻게 하라는 지시를 받거나 한 것도 아니고 포천시가 전국의 각 자치단체에 배포할 권한도 없어 일단 그냥 갖고만 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I사로부터 불량 재료를 납품받은 A사의 맛가루는 시중에서 회수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A사에 요청해 제품을 시중에서 회수하도록 했으며 4일 이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관계당국의 ‘거북이 대응’에 시장은 ‘불량 맛가루’를 둘러싼 혼란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4일에도 불안함과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인터넷 육아 사이트들에는 “왜 문제가 되는 제품명을 밝히지 않는지 속이 터진다. 집에 있는 유부초밥 재료도 버려야 하는 것인지 고민스럽다”(토토로) “불량인지 모르고 납품받은 업체뿐 아니라 소비자의 알 권리도 보호해야 하는 것 아닌가”(비니맘)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대부분의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수입 제품이거나 원료가 외국산인 제품을 제외하고는 일단 맛가루를 판매하지 않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국산 맛가루 제품을 전량 진열대에서 내렸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문제가 된 맛가루 제품이 무엇인지 몰라 고객들이 의심하고 있어 일단 국산은 다 빼냈다”고 말했다. 이마트도 기존에 판매하던 5개 제품 중 3개를 팔지 않고 있다.

한 식품안전 전문가는 “정확한 정보가 공개되지 않은 채 수사 결과가 발표돼 소비자의 공포만 부채질하고 있다”며 “대부분의 정상적인 식품회사 역시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은택·조종엽 기자 nabi@donga.com
#불량가루#가축사료 맛가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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