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만만한게 인문학? 대학들 잇단 구조조정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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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충남 지역 학제개편 늘어

‘인문학 전공 기피’ 현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공계 등에 비해 취업에 불리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대전과 충남 지역 대학들도 철학 국문학 등 인문학 전공학과를 폐지하거나 통폐합하는 내용의 학제 개편을 단행하고 있어 ‘대학이 균형 있는 학문 추구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대학의 생존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만만한 구조조정 대상은 인문학?

한남대 철학과 학생들로 이뤄진 ‘철학과 폐지 비상대책위원회’는 27일 오전 대전 대덕구 오정동 한남대 본관 앞에서 ‘철학의 죽음’ 장례식을 갖는다. 철학과 폐지 철회를 요구하는 결의문을 발표하고 ‘철학이 죽었다’는 제목의 퍼포먼스도 펼친다.

이들의 반발은 대학 측이 5월 독일어문학과와 함께 철학과를 폐과하기로 결정하면서 시작됐다. 학교 측은 철학과 교수들의 제안을 받아들여 철학과는 폐지하되 ‘철학 상담학과’를 신설하는 내용의 절충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철학 전공의 위축이 불가피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대책위는 “재학생 등록률 저조를 이유로 철학과 폐지를 결정한 것은 대학이 시장논리에 종속돼 취업학원으로 전락하고 학생들을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대학 측은 “철학이라는 학문을 유지하면서 학생들의 사회 진출에 유리한 상담학을 같이 배우도록 한 것”이라며 “이미 1년 전에 폐과를 알린 뒤 자구책을 주문했으나 달라진 게 없었다”고 말했다.

대전대는 지난해 철학과를 폐지하고 올해부터 신입생을 뽑지 않았다. 대전대 관계자는 “2, 3년 전부터 자체 검토를 하고 컨설팅도 받아본 결과 신입생 모집이 어렵고 취업률도 떨어져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대학의 사회 비판 기능 약화 우려

각 대학에서 어학 관련 학과도 수난을 겪고 있다. 배재대는 최근 국문학과를 한국어문학과로 바꾸는 과정에서 홍역을 앓았다. 안도현 시인이 “취업과 거리가 멀어 ‘굶는 과’로 불리던 시절에도 국문과 폐지는 꿈도 꾸지 않았다”며 인터넷을 통해 논쟁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배재대는 프랑스어문화학과와 독일어문화학과를 폐과했고, 목원대는 독일어문화학과와 프랑스어문화학과를 국제문화학과로 통폐합했다. 건양대도 2005년 국문학과를 문학영상학과로 이름을 바꾸었다가 지난해 완전 폐지했다.

충남대 철학과 양해림 교수는 “취업률과 재학생 등록률을 중시하는 교육당국의 평가와 사립대 때문에 철학과 등 인문학 전공들이 속속 사라지고 있다”며 “인문학 전공학과가 없어지면 교양 차원에서 인문학을 강조한다 하더라도 깊이가 떨어질 뿐 아니라 대학의 사회 비판 기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한남대 관계자는 “과거 군사정권이 재수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 정원을 늘리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드는 인문학 전공을 많이 늘려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진 측면이 있다”며 “지방 사립대들은 균형 있는 학문 추구와 무한경쟁 시대의 생존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아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대학#인문학 전공학과#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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