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MIT 대신 KAIST 선택, 당연하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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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최고 에콜폴리테크니크 출신 기욤, 전기전자공학 박사과정 입학

대전 KAIST의 전기 및 전자공학과 이상국 교수 연구실에서 이 학과 박사과정의 기욤 테네시 씨가 지도교수에게 반도체 회로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대전 KAIST의 전기 및 전자공학과 이상국 교수 연구실에서 이 학과 박사과정의 기욤 테네시 씨가 지도교수에게 반도체 회로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만약 한국의 KAIST와 미국의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코넬대 박사과정에 동시에 합격했다면 어디를 선택할까. 프랑스의 이공계 최고 명문 에콜폴리테크니크에서 학사와 석사 과정을 마친 기욤 테네시 씨(23)는 KAIST를 선택했다. 올해 3월 KAIST 전기전자공학과 박사과정에 입학한 그는 “KAIST는 유럽에서도 지명도가 높고 직접 수업을 들어보니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의 명문대가 과학도들의 선망의 대상이지만 학비와 생활비가 많이 든다”며 “KAIST는 내가 연구할 전자공학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고 장학금과 생활비 지원도 받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기욤 씨는 파리에서 나고 자란 파리지앵(파리 사람). 고교 졸업 후 극소수 영재만 입학하는 그랑제콜 공학계열 대학인 에콜폴리테크니크에 입학했다. 그랑제콜은 프랑스 정부의 고위관리나 기업 리더를 배출하는 명문. 에콜폴리테크니크를 졸업한 인재가 KAIST에 유학을 온 것은 기욤 씨가 처음이다. 그는 “한국은 삼성과 LG 등 대기업의 연구개발성과가 유럽 언론에 자주 보도됐다. KAIST는 반도체 회로 디자인 연구에서 세계 최고수준이어서 이 분야 연구 희망자들이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KAIST는 반도체 분야 최고 학술지인 국제반도체회로학회(ISSCC)에 2009∼2012년에 전 세계 단일기관 가운데 가장 많은 논문을 게재했다.

기욤 씨에게 요즘 기말고사를 치르느라 힘들지 않으냐고 묻자 “언제나 열심히 공부해 왔기에 익숙하다”며 웃었다. 에콜폴리테크니크 재학시절부터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보냈다는 거였다.

그는 직업군인이던 아버지와 엔지니어 출신인 어머니를 따라 세계 각지를 여행했음에도 아시아 지역은 가본 데가 거의 없다. 기욤 씨는 “지난해 KAIST 전기전자공학과 박규호 교수(현 교학부총장) 연구실에서 인턴을 밟으면서 한국에 대한 좋은 인상을 받았다. KAIST가 영어로 강의해 공부하는 데 불편이 없었다”고 했다.

기욤 씨는 ‘공부벌레’지만 마라톤 사이클 수영 카약 등 못하는 운동이 없는 만능 스포츠맨이다. 주말이면 학교 인근 계룡산 산행을 즐긴다.

한국생활을 하며 그가 느낀 프랑스와 한국 교육의 가장 큰 차이점은 ‘철학 공부’였다고 했다. “중학교 때부터 호메로스의 ‘일리아드’나 플라톤의 ‘국가’ 같은 책을 사전을 찾으며 고대 그리스 원어로 읽었다. 그런 공부가 지금 연구하는 공학 분야에 직·간접적으로 많은 도움이 됐다. 반면 한국 학생들은 학업에만 매달리는 것 같아 아쉽다.”

기욤 씨는 KAIST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대학 강단에 서거나 관련 연구소에서 일할 계획이다. 그는 “상업적인 목적을 넘어 인류의 삶의 질을 높이는 연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KAIST#M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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