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층간소음, 쪽지 전하니 층간웃음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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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전공해 밤에 연습해요” “수험생 있으니 9시 이후엔 자제를”

서울시의 층간소음 해결 사례 및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윤지선 씨의 ‘감나무(감사합니다) 사과나무(죄송합니다)’ 게시판. 윤 씨는 위아래층 주민 간 소음이 발생하는 시간대와 이유 등을 적은 게시판을 활용해 이웃 간 갈등을 해결했다.

서울시 제공
서울시의 층간소음 해결 사례 및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윤지선 씨의 ‘감나무(감사합니다) 사과나무(죄송합니다)’ 게시판. 윤 씨는 위아래층 주민 간 소음이 발생하는 시간대와 이유 등을 적은 게시판을 활용해 이웃 간 갈등을 해결했다. 서울시 제공
“이제 막 걸음마를 배운 17개월 된 아들에게 까치발로 걸으라고 가르쳐 보셨습니까? 정말 속상했습니다. 33개월 된 아들은 아직도 두 발로 껑충 뛰지를 못한답니다. 대근육 발달이 늦은 거지요. 그놈의 까치발 때문에요. 제가 오죽하면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걸음을 탁 하고 놓아 버릴 때면 ‘아랫집에서 괴물 올라온다’고 했겠습니까.”

서울시에서 최근 진행한 층간소음 해결 사례 및 아이디어 공모전에 응모한 조윤아 씨의 글이다. 어린 아들 2명을 둔 조 씨는 오랜 외국 생활로 한국의 아파트 생활에 익숙하지 못한 아래층 이웃과 층간소음 문제로 잦은 말다툼을 할 정도로 불화를 겪었다.

이웃 간 살인까지 부를 정도로 심각한 공동주택의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이번 공모전에는 해결 아이디어와 사례 112건이 접수돼 12건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해결 사례 부문 최우수상인 윤지선 씨는 빌라에서 살 때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감나무’(감사합니다)와 ‘사과나무’(죄송합니다) 그림을 그려 넣은 층간소음 시간표를 만들었던 사례를 보여 줬다.

윤 씨는 음대 입시 준비를 하는 위층 고등학생의 연주 소리에 당뇨와 혈압으로 몸이 좋지 않던 어머니가 밤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자 고민에 빠졌다. 윤 씨 가족의 가장 큰 스트레스는 불규칙한 연주 시간이었다. 윤 씨는 ‘사과나무 감나무’ 시간표를 만들어 윗집과 소통을 하기 시작했다. 위층 이웃은 사과나무에 학생의 연주 스케줄을 적어 놓았다. 윤 씨 가족은 어머니가 몸이 안 좋은 날에는 밤늦은 연주를 자제해 달라는 메모를 위층에 남겼다. 윤 씨는 이 방법을 통해 서로 이해하며 감정 싸움으로 치닫는 상황을 해결할 수 있었다고 했다.

아이디어 부문 우수상을 받은 윤기남 씨는 같은 아파트 주민 중 ‘조정 중재자’를 임명하자는 안을 냈다. 윤 씨는 자신이 살던 아파트에서 층간소음 문제로 이웃 간 사이가 벌어지자 관리사무소에서 교직에서 정년퇴임한 60대 어르신을 중재자로 내세워 해결했던 사례를 예로 들었다. 중재자가 매주 2, 3차례씩 위아래층 주민을 불러 이야기를 나누며 갈등을 해결했다는 것.

장려상을 받은 김은진 씨는 세대마다 소음측정기를 설치하고 소음 수치에 따라 아랫집에서 느끼는 불쾌함을 찡그린 얼굴 등으로 표현하자고 제안했다. 김 씨는 “소음측정기를 설치하면 자기 집의 소음이 아래층에 얼마나 스트레스가 되는지 수치로 알게 돼 자연스럽게 소음이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동효 씨는 층간소음을 덜 발생시키는 주민을 선정해 문 앞에 ‘행복 하우스’라는 ‘상’을 주는 방식을 도입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징벌적인 해결책보다는 이웃 간 ‘칭찬’으로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위층의 층간소음이 예전보다 줄어들었다면 아래층 주민은 관리사무소나 입주자대표회의 등에 이를 알린다. 관리사무소에선 위층에 ‘행복 하우스’ 스티커를 붙이고 동 게시판 등을 통해 선정 사실을 홍보해 층간소음을 줄인 것을 칭찬하는 방식이다. 안 씨는 “아래층 사람은 위층 이웃에게 고마움을 표시할 수 있고 위층 주민은 칭찬을 받았으니 더욱 소음을 줄이려 노력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공모전 당선작을 21∼23일 서울광장에서 개최되는 ‘층간소음 엑스포’에 전시하고 층간소음 예방 교육 등에도 활용할 계획이다.

박진우 기자 pjw@donga.com
#층간소음#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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