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백령도서 7월부터 정전 60주년 기획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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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성 뚫고… 평화를 그리다
영국작가 등 벌써 섬 곳곳서 전시회… 비경 즐기며 ‘전쟁과 평화’ 감상

백령도를 평화의 섬으로 만들기 위한 ‘2013 평화미술프로젝트’ 특별기획전에 70여 명의 예술가들이 참가하고 있다. 행위예술가인 이수영 씨가 25일 사곶해수욕장에서 천사 분장으로 퍼포먼스를 펼쳤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백령도를 평화의 섬으로 만들기 위한 ‘2013 평화미술프로젝트’ 특별기획전에 70여 명의 예술가들이 참가하고 있다. 행위예술가인 이수영 씨가 25일 사곶해수욕장에서 천사 분장으로 퍼포먼스를 펼쳤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인천 연안부두에서 뱃길로 네 시간 거리인 서해 최북단 섬 백령도. 북한 접경지역인 서해 5도서에서는 1999∼2010년 국지전 형태의 남북 대결이 다섯 차례 벌어졌다. 제1·2연평해전, 대청해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이다.

20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는 “학살에 대한 망각도 학살의 일부”라고 꼬집었다. 전쟁과 학살의 기억을 잊지 않기 위해 한 무리의 예술가들이 25일 3박 4일 일정으로 백령도를 찾았다. 2주 전 1진 30명에 이어 40여 명이 인천문화재단 산하 인천아트플랫폼 주최의 ‘2013 평화미술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 백령도 탐방에 나선 것.

화가, 설치미술가, 행위예술가 등 미술계통 예술가인 이들은 북한 장산곶이 바라다 보이는 심청각, 2010년 3월 26일 백령도 해상에서 침몰한 천안함 승조원 46명의 영령을 기린 ‘46용사 위령탑’, 통일염원탑을 돌아봤다.

백령도의 대표적 관광지로 기암괴석이 즐비한 두무진. 동아일보DB
백령도의 대표적 관광지로 기암괴석이 즐비한 두무진. 동아일보DB
또 기암절벽의 두무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콩돌해안과 사곶 천연비행장도 들렀다. 천혜 절경과 역사 흔적을 간직한 탐방코스를 돈 뒤 몇몇 예술가는 주민 인터뷰에 나섰다. 6·25전쟁에 참전했던 해병대 7기 출신의 80대 노병, 평생 백령도를 떠나지 않은 70, 80대 할머니, 초등학교 출신의 70대 백령도 향토연구가 등 다양한 경력의 주민들이 살고 있었다.

어느 할머니는 ‘장산곶 마루에∼ 북소리 나더니∼’라는 노랫말의 민요를 구성지게 잘 불렀다. 행위예술가 이수영 씨(46)는 이 할머니의 육성이 담긴 민요가락을 녹음하기 위해 비 오는 날 막걸리를 사들고 가는 정성을 쏟았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작가 상당수는 4월에도 백령도를 누비고 다녔다. 독일 영국 일본 등 해외에서 온 미술작가, 패션니스트들도 포함돼 있다. 백령도 주민들은 노란색 머리칼에 선글라스를 낀 특이한 복장의 외국인을 만나도 어색하지 않다. 국내외 예술인들이 이 섬(백령면 진촌리) 중심부의 단독주택을 개조한 예술공간 ‘평화예술 레지던스’에 자주 머무르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3월부터 이곳에서 지냈던 영국 작가 에마 벨(31)은 28일부터 2주간 백령도를 소재로 한 전시회를 열고 있다. 이 전시회는 6·25전쟁 정전 60주년을 맞아 7월 27일부터 10월 6일까지 진행될 ‘2013 평화미술프로젝트’ 특별기획전의 서막이다.

70여 명의 예술인이 ‘백령도, 60년 525,600시간의 인터뷰’라는 부제가 달린 이 특별기획전에 참가한다.

이 특별기획전은 심청각, 대피소, 군부대, 성당, 부두 등 백령도 여러 지역과 인천아트플랫폼, 송도국제도시 트라이볼 전시관 인천 도심에서 3개월간 동시에 펼쳐진다. 사진, 미술작품 등이 특정 장소에 국한되지 않고 백령도 내 식당, 담벼락에도 전시될 예정이다. 4년 전 대전에서 백령도로 이사 온 식당 주인은 “식당을 찾은 손님들이 감상할 수 있도록 벽면에 멋진 그림을 그려 달라”고 요청했다.

예술가들에게 ‘전쟁과 평화’에 대한 시각과 작품 구상을 백령도 현지에서 물어봤다.

#1 행위예술가 이수영(46)

그는 생활과 예술을 분리하지 않는다. 섬 탐방을 하면서도 관광객과 주민들이 나타나면 수시로 퍼포먼스를 한다. 날개 달린, 검거나 흰 의복에 맞춰 화살이나 해골을 들고 다니며 이목을 집중시킨다. 특별전 때 해병대원, 백령도 어린이들과 함께 선보일 퍼포먼스를 만들고 있다. 그는 “공포에 대한 기억에 집착하기보다 백령도 정취에 빠져 이를 즐기면서 관심을 쏟는 게 평화”라고 강조한다.

#2 설치미술가 차기율(51·인천대 조형예술학부 교수)

비무장지대에 설치됐던 대북 홍보용 확성기를 예술품 소재로 보유하고 있다. 스피커 30개에 증폭기가 달린 무게 150kg의 이 구조물은 2005년 독일 베를린에서도 전시된 바 있다. 차 작가는 남은 8개 중 2개를 백령도 경치 좋은 곳의 양쪽에 설치한 뒤 무지개다리로 연결하려 한다. 서로 헐뜯지 않게 스피커 머리를 마주 대하지 않게 하고 꿈의 다리로 통일을 기원한다.

#3 영상미디어작가 김태은(41)

섬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백령도 주민 4명과 섬을 잘 모르는 육지 생활인 4명의 인터뷰 장면을 다큐멘터리로 제작 중이다. 미리 편지로 질문을 한 뒤 동영상 촬영을 하고, 섬과 육지 사람들이 전해준 이야기를 유성펜 등으로 철판에 새겨 바닷물에 부식시킨다. 소금에 철판이 부식되면 몇몇 글씨도 사라질 수 있어 소통되지 않는 현실을 드러낸다. 이들 작품과 다큐멘터리 영상물은 7월 중순경 영국 런던에도 전시된다.

○ 백령도 가는 길

쾌속선 3척이 하루 세 차례 인천 연안부두∼백령도를 오간다. 출항시간은 오전 8시, 8시 50분, 오후 1시 등인데 기상 상태에 따라 출항시간이 수시로 바뀐다. 3시간 반에서 4시간 걸리며 요금은 성인 기준으로 편도 6만2500∼6만6500원. 백령도는 국내 여덟 번째로 큰 섬으로 섬 순환 시내버스가 운행되고 있다. 032-888-0116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연안부두#백령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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