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중계동 학원가 셔틀버스 교통대란 ‘학원버스 통합운영’으로 뻥 뚫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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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5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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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380곳이 밀집한 서울 노원구 중계동 은행사거리 앞 대로변에 노란색 학원버스가 한 차로를 점령한 채 줄지
어 늘어서 있다. 이로 인한 시민 불편을 막기 위해 학원버스를 노선별로 통합 운영해 버스 대수를 줄이자는 논의
가 진행 중이다. 박진우 기자 pjw@donga.com
학원 380곳이 밀집한 서울 노원구 중계동 은행사거리 앞 대로변에 노란색 학원버스가 한 차로를 점령한 채 줄지 어 늘어서 있다. 이로 인한 시민 불편을 막기 위해 학원버스를 노선별로 통합 운영해 버스 대수를 줄이자는 논의 가 진행 중이다. 박진우 기자 pjw@donga.com
13일 오후 7시 서울 노원구 중계동 은행사거리 앞 대로변은 학원버스 전시장을 방불케 했다. 도로가 차로는 아예 학원버스 주차장으로 변해 있었다. 은행사거리는 반경 500m 내에 학원 380여 곳이 밀집한 강북의 대표적 학원가. 강남의 학원가인 대치동에 빗대 ‘소(小)치동’이라고 불린다.

학원버스로 인한 교통체증은 이면도로가 더욱 심각했다. 왕복 2차로 이면도로의 한 차선을 학원버스들이 점령하고 있었다. 버스운전사들이 경광봉을 들고 나와 도로를 통행하는 차량들의 교통정리를 해줄 정도다. 오후 7시 반경 주변의 영어학원 수업이 끝나자 초등학생들이 우르르 도로로 몰려나왔다. 아이들이 학원버스를 타려고 도로 이곳저곳을 뛰어다녀 차량들이 급정차하는 등 아찔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학원버스 운전사들이 아이들에게 “뛰지 마!”라고 소리쳤지만 귀담아듣는 아이들은 별로 없었다. 이 지역에선 최근 5년간 63건의 어린이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은행사거리를 비롯한 학원 밀집지역이 학원버스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학원들마다 경쟁적으로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원구 조사에 따르면 은행사거리 일대에만 150대의 학원버스가 운행하고 있다. 학원마다 버스를 운행하다 보니 실제 탑승하는 인원이 전체 좌석의 30∼40%도 안 되는 버스가 많았다. 한 학원버스 운전사는 “요즘 경기가 안 좋아 학원 다니는 아이들이 줄다보니 25인승 버스에 서너 명 타는 때도 있다”고 말했다.

학원버스의 또 다른 문제점은 노선이 복잡하고 길다는 점이다. 은행사거리의 대형 학원에 다니는 고2 딸을 둔 김모 씨는 “상계동 집에서 학원까지 승용차를 이용하면 10분밖에 걸리지 않는데 학원버스를 타면 40∼50분 정도 걸린다”고 말했다.

노원구는 학원버스의 비효율적인 운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원버스를 통합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학원연합회 차원에서 별도의 통합 버스회사를 만들어 노선별로 버스를 운행하자는 것. 방식은 각 학원이 조합원이 되는 협동조합 형태를 검토하고 있다. 노원구가 모의실험을 해본 결과 학원버스를 통합 운영하면 학원차량을 150대에서 106대로 29%가량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되면 학원들은 버스 운영비용을 줄일 수 있고, 노선이 단순해져 학생들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구 관계자는 “은행사거리에서 학원버스 통합 운영이 성공하기만 한다면 서울 대치동과 목동, 경기 고양시 일산 후곡마을 등 같은 문제를 겪고 있는 지역의 학원가에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대형 학원이 반발해 통합 운영 계획이 지연되고 있다. 이들은 학원버스가 학원의 ‘규모’를 보여주는 상징적 의미가 있고 이동식 홍보판 성격도 띠기 때문에 통합 운영에 반대한다. 구 관계자는 “셔틀버스 운영에 따른 지출이 부담스러운 중소 규모 학원들은 비교적 긍정적이지만 대형 학원들은 부정적이어서 의견 조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pjw@donga.com
#중계동#학원가#교통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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