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공기업]지진 정지설비 설치·이동형 발전차량 확보 등 안전성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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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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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력원자력

일본 열도를 뒤흔들었던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발생한 지 2년이 지났다. 이 사고는 일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원전에 대한 경각심과 안전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들은 ‘안전은 대폭 강화하되 원전을 유지하거나 확대한다’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렸다.

원전의 발전 단가가 낮기 때문에 쉽사리 원전 비중을 줄이지 못하는 것이다. 대신 원전의 안전성을 대폭 강화하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

“방사성 물질 누출을 막아라”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국내에서 가동되는 원전은 모두 23기다. 한수원은 한국에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비슷한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일본 원전은 비등수로형인 반면 국내 원전은 가압경수로형이다. 가압경수로형은 원자로냉각수와 터빈을 돌리는 증기가 완전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비상시 방사성 물질의 누출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 가압경수로형은 전원이 꺼졌을 경우에도 원자로를 지속적으로 냉각시킬 수 있다.

한수원은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하고 원전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2011년부터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원전 사고 방지 대책에 모두 1조1000억 원을 투입해 2015년까지 단계적으로 안전 강화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우선 한수원은 고리 1, 2발전소의 기존 해안 방벽에 대해 지진이나 해일이 발생할 경우 안전 여유 공간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 공사를 벌였다. 그 결과 내진 안전성을 강화한 10m 높이의 콘크리트 방벽을 쌓았다. 총 2.1km에 이른다.

또 한수원은 지진 자동 정지 설비를 설치하는 한편 이동형 발전 차량을 확보하는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했다.

이와 함께 사고 발생 시에 대비한 방수시설을 2014년 말까지 설치한다. 원전에 비상 전력을 공급하는 비상 디젤 발전기 등의 침수를 막는 방수문과 방수형 배수펌프 등이 해당한다.

또 방수시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비상 디젤 발전기가 작동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이동형 비상 발전 차량을 2014년 말까지 영광원전과 울진원전에 1대씩 마련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한수원은 지난해 월성원전과 고리원전에도 각각 이동형 발전차를 갖췄다.

특히 한수원은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하는 데에 신경을 쓰고 있다.

한수원은 일본 원전처럼 원전 연료가 손상되면서 수소가 대규모로 발생하는 이른바 ‘수소 폭발’을 막기 위해 최신형 수소 제거 설비를 모든 원전에 설치하고 있다. 또 리히터 규모 6.5∼7.0의 강한 지진이 발생해도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새어나가지 않고, 원자로가 자동 정지되도록 설계했다.

이와 함께 월성원전 1호기에 여과 및 배기설비를 설치해 사고가 발생해도 격납건물 안의 압력이 과도하게 증가해 격납건물이 손상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게 됐다.

한수원은 이 설비를 2015년까지는 모든 원전에 설치할 방침이다. 동시에 한수원은 전원이 공급되지 않아도 원자로 격납 건물을 안전하게 보호해 방사성 물질이 외부에 누출되지 않는 차세대 원전을 개발하고 있다.

사고 막기 위한 문화로 탈바꿈

한수원은 원전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조직을 완전히 탈바꿈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분석한 결과 사고는 비록 지진해일이라는 자연재해로 촉발됐지만 사고의 여파가 커진 데에는 도쿄전력의 느슨한 조직문화가 한몫했다는 판단에서다.

백원필 한국원자력학회 후쿠시마위원회 위원장은 “일본의 경우 도쿄전력의 의사결정 과정과 규제 실패, 안전문화 미흡 등이 재해를 키웠다”고 평가했다. 한수원은 2012년 6월 김균섭 사장이 취임한 뒤 본사의 처장급 3분의 2 이상을 물갈이했다. 동시에 삼성 등 민간 기업 출신 인사를 영입하며 조직을 쇄신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한수원이 민간 기업 출신을 임원으로 영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각종 비리와 사고를 없애기 위한 혁신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또 원전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정비 관련 조직을 확대하고 발전본부 내에 소속된 설비기술처를 설비본부로 격상했다.

또 지난해 말 미국 최대 원전 운영사인 엑셀론사와 안전 자문 협정을 맺고 이 회사의 안전 담당 부사장인 로버트 호비 씨를 안전 고문으로 임명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원전 안전 분야에서 권위있는 전문가가 외부에서 한국의 원전 안전성을 객관적으로 진단하게 해서 기존 안전 진단 체계에서 발견되지 못한 점들을 짚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수원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 기준을 도입해 통합 운영 매뉴얼을 개발했다. 이른바 ‘한수원 원전안전 통합경영시스템(QHSSE·Quality, Health, Safety, Security, Environment)’을 구축해 원전 운영 측면에서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한수원은 국내 원전 관련 매뉴얼이 3만8000여 개에 이르는 등 매뉴얼이 너무 많아 사실상 매뉴얼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판단하고 있다. 한수원은 매뉴얼 정비를 위한 별도의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매뉴얼을 단순화하고 표준화할 계획이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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