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대학 입학사정관에게 들어본 새학기 동아리 활동 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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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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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리 선택의 기술

# “친구들이 동아리 활동 이력을 늘리는 걸 보니 불안하더라고요. 사실 기자가 꿈이라 고2 때까지 지역사회 청소년기자단, 전국연합 청소년기자단, 교내 영상제작동아리 등 관련 동아리 활동만 4개 이상을 했어요. 이제 고3이라 공부에 집중하고 싶었지만 불안한 마음에 얼마 전 중국어 잡지를 만드는 전국연합 동아리에도 지원했어요. 수시모집 원서를 쓰기 전까지 입시에 도움이 될 만한 동아리 활동은 하나라도 더 하려고요.” (경기지역 고3 수험생 임모 양)

# “요즘 수시모집 입학사정관전형에 지원한 학생들은 동아리 활동을 고교 3년간 2, 3개는 기본으로 합니다. 5개 이상인 학생도 많습니다. 학생들은 진로 목표에 맞춰 다른 학생보다 많은 활동 이력을 쌓으면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전국 고등학교에서 ‘1등’ 학생만 모여도 2000명이 넘습니다. ‘많은 동아리 활동을 하며 꿈을 키웠다’는 학생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서울 상위권 대학 입학사정관)
경기 삼일공업고의 발명 동아리 ISV(Invention Student Venture·왼쪽) 학생들과 경남 안의고 교지편집 동아리 ‘씨밀레’ 학생들.
경기 삼일공업고의 발명 동아리 ISV(Invention Student Venture·왼쪽) 학생들과 경남 안의고 교지편집 동아리 ‘씨밀레’ 학생들.
대입 입학사정관전형을 준비하는 고교생과 대학 입학사정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동아리 활동에 대한 학생과 평가자 사이에 생각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잘 드러난다. 많은 고교생은 입학사정관전형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남들과 다른 동아리 활동을 더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학생을 평가하는 대학 입학사정관들은 “일선 학교와 학생들이 동아리 활동에 적극 나서면서 활동 양과 활동 소재만으로는 눈길을 끌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어떤 동아리에 가입해, 어떻게 활동해야 대입 입학사정관전형에서 좋은 평가를 기대할 수 있을까. 대학 입학사정관들이 밝히는 새 학년, 새 학기 동아리 선택 전략을 소개한다.

[1] 기자가 꿈이면 신문반 활동?

동아리 활동을 진로 목표에 맞춰 통일할 필요는 없다. 기자가 꿈이라고 ‘신문반’ ‘교지편집부’에, 물리학자가 꿈이라고 ‘물리반’에 꼭 가입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많은 학생이 동아리 활동을 진로 목표와 연결해야 좋은 평가를 받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입학사정관은 동아리 활동을 통해 진로 분야에 대한 관심과 소질 외에도 리더십, 봉사정신, 창의성 등 다양한 능력을 함께 평가한다. 실제로 서울 소재 상위권 대학 의대에 입학사정관전형으로 합격한 한 학생은 밴드부에서 드럼을 쳤지만, 교내 공연을 기획한 활동을 통해 ‘리더십’ 영역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김재우 서울시립대 입학사정관은 “지난해 건축공학과에 합격한 한 학생은 교내 발명동아리에서 활동하며 젓가락과 포크를 결합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밥과 국을 동시에 조리할 수 있는 냄비 등을 개발했다”면서 “발명동아리 활동을 통해 보여준 창의성은 건물을 짓는 방법을 고민하며 창의적 아이디어를 내놓아야 하는 건축공학 분야에도 도움이 되는 능력”이라고 말했다.

[2] 연합동아리가 교내 동아리보다 유리?

이색동아리 활동을 한다고 더 좋은 평가를 받지는 않는다. 동아리 활동의 소재 자체는 평가요소가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유행하는 △인문계열과 자연계열의 특징을 결합한 ‘융합형 동아리’ △같은 지역의 고교 동아리들이 모인 ‘연합동아리’ △지역사회의 특색을 살린 ‘지역연계형 동아리’ 등에 가입하려고 고집할 필요는 없다.

박정선 연세대 선임입학사정관은 “요즘 연합동아리 활동을 하는 학생이 많은데 동아리의 규모가 크거나, 다른 학생들이 못하는 활동을 했다고 해서 더 좋은 평가를 받지는 않는다”면서 “어떤 동아리에서 활동할지보다는 자신이 동아리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3] ‘재능기부형’ 동아리로 진로와 봉사를 한번에?

최근 학생들 사이에선 ‘재능기부형’ 동아리가 주목받는다. 어학동아리나 과학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지역사회 아이들을 가르치거나, 음악동아리 활동을 하며 공연 봉사활동을 하는 식. 학생들은 진로 목표에 맞는 활동을 하면서 최근 강화된 인성평가에 대비한 봉사활동까지 동시에 대비할 수 있으므로 ‘일거양득’이라며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자칫 내실 없는 동아리 활동으로 비칠 수도 있으니 주의할 것.

김창민 한국외국어대 입학사정관은 “‘재능기부형’ 동아리에서 학생들이 하는 봉사활동은 대체로 전통적인 봉사활동에 비해 상대적으로 봉사기간과 빈도가 짧아 깊이 있는 활동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영규 한양대 입학사정관은 “최근 자연계열 지원자들이 인성 및 인문학적 소양을 갖췄는지를 서류평가와 면접에서 확인하는 추세”라면서 “봉사동아리나 독서토론동아리 등에서 활동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태윤 기자 wol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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