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전남]포스코, 12년간 이어온 희귀병 삼남매와의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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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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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제철소 직원들의 지난해 평균 봉사활동은 41시간이다. 광양제철소 직원들에게 봉사활동은 삶의 일부가 돼 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생산기술부 굴렁쇠 봉사단은 12년간 지체장애 1급인 삼남매의 손과 발이 돼주고 있다. 광양제철소 제공
광양제철소 직원들의 지난해 평균 봉사활동은 41시간이다. 광양제철소 직원들에게 봉사활동은 삶의 일부가 돼 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생산기술부 굴렁쇠 봉사단은 12년간 지체장애 1급인 삼남매의 손과 발이 돼주고 있다. 광양제철소 제공
포스코 광양제철소 직원들에게는 두 개의 ‘화두(話頭)’가 있다. 하나는 지역사회 공헌활동이다. 광양제철소 직원들의 지난해 평균 봉사활동 시간은 42시간이었다. 다른 하나는 중소기업, 지역사회와의 동반성장이다. 지역경제에 보탬이 되도록 노력하고 그 결실을 함께 나눈다는 것이다.

소외 계층 든든한 후원자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은 포스코 패밀리의 자랑이자 자부심이다. 광양제철소는 216개 봉사활동 그룹에 1만5064명이 ‘포스코 패밀리’라는 이름으로 참여하고 있다. 광양제철소나 출자회사, 외주 파트너 회사 직원 모두 봉사단원이다. 패밀리 봉사단은 노인, 소년소녀가장 등에게 사랑의 집을 지어주고 무료급식소를 운영하고 있다. 사랑의 연탄 배달, 이주여성 고향집 방문 지원 등을 통해 소외계층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고 있다.

봉사활동 그룹 중 생산기술부 굴렁쇠 봉사단은 12년간 장애인 삼남매와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봉사단이 이들 삼남매와 인연을 맺은 건 2002년. 경남 하동군 양보면에 사는 성태근(45), 보숙(42), 윤(40) 씨 남매는 어릴 적부터 손발이 마비되는 희소병으로 지체장애 1급 판정을 받아 초등학교도 가지 못했다. 삼남매는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바깥출입이 어려워 서른 살에 가깝도록 집에만 갇혀 있는 딱한 처지였다. 이런 사연을 알게 된 굴렁쇠 봉사단은 휠체어에 의지하고 있는 삼남매를 매달 한 번씩 찾아가 이들의 손과 발이 돼주고 있다. 광양제철소를 견학시켜 주고 이들의 졸업식에도 참석해 축하해줬다. 삼남매가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갔을 때 함께 따라나섰고 국회의원 선거 때는 투표를 도왔다.

봉사단은 역경을 이기고 고교 학업까지 마친 삼남매의 든든한 후견인 역할을 12년째 하고 있다. 둘째 보숙 씨는 “뒤늦게 공부를 시작할 때는 무사히 학교를 마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봉사단의 배려가 큰 힘이 됐다. 그분들이 너무 고맙다”고 했다. 성 씨 삼남매를 가족처럼 돌봐온 봉사단원 고준석 씨는 “무사히 고교를 마치게 된 건 봉사단의 도움이 아니라 삼남매의 강인한 의지 때문”이라며 겸손해했다. 삼남매는 앞으로 공립특수학교인 2년제 진주 혜광학교에 진학해 공부를 계속할 계획이다. 봉사단은 이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하도록 도울 방침이다.


봉사가 습관이 된 포스코 패밀리는 버림받은 유기견도 돌보고 있다. 광양제철소 화성부 직원 20여 명은 최근 전남 순천시 상사면 유기견 보호소를 찾았다. 이들은 학대를 받아 다리가 부러지거나 상처가 깊은 유기견 50여 마리를 돌봤다. 사료와 생수를 가져가 먹이고 세제로 목욕도 시켜줬다. 사육사 청소도 했다. 유성종 화성부 팀리더는 “보호소에 직접 버려진 개들의 실상을 보니 가슴이 아팠다”며 “앞으로 유기견 돌봄 활동과 함께 동물보호 캠페인도 벌이겠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과 동반성장


광양제철소는 중소기업, 지역사회와 단순한 상생의 관계를 넘어 함께 경쟁력을 키우는 동반성장에 주력하고 있다. 광양시가 기업과 도시가 융화돼 경제발전을 일궈낸 일본 도요타 시나 핀란드 오울루 같은 기업도시로 성장하는 데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동반성장이 기업 경쟁력 확보는 물론 국가 경쟁력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광양제철소와 광양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지난해 동반성장을 위한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이후 광양제철소는 삼우에코 등 중소기업 10여 곳에 물류개선, 기술혁신, 작업시간 단축 등 다양한 기술지원을 해줬다. 백승관 광양제철소장은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갖게 되면 소득이 높아지고 고용이 확대되는 등 시너지 효과가 크기 때문에 동반성장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양제철소는 올 설 명절에 침체된 골목상권 살리기에 나서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동참하고 있다. 광양제철소는 설 연휴 기간에 근무하는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한 롤케이크 5400개를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동네 빵집 9곳에서 구입했다. 지난해에는 광양읍 5일 시장 상인회와 자매결연을 맺었다. 직원들이 5일 시장을 자주 이용하도록 해 재래시장 활성화에 보탬이 되기 위해서다.

▼ 쇳물보다 뜨거운 ‘세계최고 용광로’포부 ▼



포스코 광양제철소가 세계에서 가장 큰 용광로(고로·高爐)를 가동한다. 이 용광로는 세계 제일의 제철소를 꿈꾸는 광양제철소의 포부가 담겨 있다.

광양제철소는 이달 19일부터 6월 17일까지 119일간 1용광로 개수공사를 한다. 용광로는 한 번 불을 피우기 시작하면 끌 수 없다. 용광로 열기가 식어버리면 안에 든 쇳물이 굳어버리기 때문이다. 용광로에 한 번 불을 붙이면 10∼15년 동안 활활 타오른다.

용광로 내부를 덮은 내화벽돌이 오랜 시간에 걸쳐 마모돼 수명을 다하면 불을 끄고 철거하거나 내화벽돌을 교체하는 작업을 한다. 이를 용광로의 일대기라고 한다. 본체 철거 후 새 본체를 짓거나 내화벽돌을 교체하는 작업이 개수공사다. 쇳물 생산부터 철강 제품까지 일괄적으로 생산해낼 수 있는 용광로를 새로 건설하고 보수하는 일은 철강회사의 경쟁력을 좌우한다.

1용광로는 1987년 처음 불을 붙여 15년 동안 뜨거운 쇳물을 생산했다. 광양제철소 용광로는 내부에 태운 석탄(코크스)과 철광석, 석회석이 차례로 층을 이루고 용광로 바닥에 1200도에 달하는 뜨거운 바람을 불어넣어 태우는 방식으로 쇳물을 생산한다.

1용광로는 이후 2002년 6월 두 번째 개수 공사를 거쳐 10년간 쇳물을 만들었다. 25년 동안 생산한 쇳물이 7745만 t에 달한다. 이번 세 번째 개수 공사가 끝나면 1용광로 면적은 6000m³로 늘어난다. 새로 만들어진 1용광로의 하루 쇳물 생산량은 1만5500 t, 연간 생산량은 565만 t이다. 기존 1용광로 면적은 3950m³로, 하루 쇳물 생산량은 9100t, 연간 생산량은 328만 t이었다. 기존 용광로와 1용광로 높이는 120m로 같지만 면적이 다르다. 가스배출시설 등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쇳물을 담는 공간은 30m 정도다. 1용광로는 기존 용광로보다 쇳물 생산량이 72% 정도 늘어나 세계 최대 규모가 된다. 이는 승용차 237만 대를 추가로 생산할 수 있는 물량이다.

광양제철소는 1용광로를 수증기 발생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도록 시설한다. 에너지 회수율을 늘리고 전력·물 사용량 절감시설을 가동해 친환경 용광로로 운영할 계획이다. 1용광로가 가동되면 생산원가를 1500억 원 정도 절감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5000m³ 이상의 대형 용광로는 21개다. 현재 중국 사강그룹 1용광로가 5800m³이며 연간 생산량은 483만 t이다. 일본 오이타 1·2용광로가 그 뒤를 잇고 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4용광로와 광양제철소 용광로가 각각 4위, 8위다. 김종련 광양제철소 제선부 기술개발팀 리더는 “용광로는 규모뿐만 아니라 얼마만큼 많은 쇳물을 생산할 수 있느냐도 중요한데 이는 기술력에 달려 있다”며 “세계 최대 규모 용광로에서 가장 많은 쇳물을 생산하면 최고 기술력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광양제철소는 1용광로를 비롯해 총 5개 용광로에서 연간 쇳물 2300만 t을 생산하고 있다. 백승관 광양제철소장은 “새로운 1용광로는 세계 최고 생산량 못지않게 최고 품질의 쇳물을 생산해 으뜸 기술력을 자랑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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