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층간 소음 해결, 주민들이 나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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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반여1동 14개 아파트 ‘우리 집 바닥은 아랫집 천장’
배려-소통하며 분쟁 허물기

‘우리 집 바닥은 아랫집 천장입니다.’ ‘이웃 간의 작은 배려가 우리 아파트의 품격과 가치를 높입니다.’

전체 1만4864가구 중 75.4%(1만1206가구)가 공동주택인 부산 해운대구 반여1동 14개 아파트 단지 입구 게시판에 붙어 있는 안내문이다. 입주자 대표회장 명의의 안내문에는 문을 강하게 닫는 소리, 아이들 뛰는 소리, 각종 가구 이동 시 바닥을 끄는 소리 등 자제를 요청하는 10개항이 적혀 있다.

최근 사회문제로 떠오른 아파트 층간 소음을 해결하기 위해 주민들이 머리를 맞댔다. 반여1동 14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 부녀회장, 관리소장 등 50여 명은 21일 오전 11시 반여1동 주민센터에 모였다. 박찬민 반여1동장(54)이 “이웃 간 배려와 소통 없이는 층간 소음을 해결할 길이 없다”고 제안한 데 따른 것이다.

이현숙 아시아선수촌아파트 부녀회장(54)은 “아래층과 위층을 오가면서 이해와 배려를 부탁한다”라며 “주민들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서로 인사를 나누며 소통하고 있다”라고 아파트 분위기를 전했다.

참석자는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 부녀회장, 관리소장, 경로당회장, 동대표 등 5, 6명으로 ‘소음분쟁 조정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당사자 간 소음분쟁을 해결하기 어려운 경우 조정위원회에서 적극 중재하기로 했다.

분쟁 조정 절차는 10일에 3회 이상 소음 발생 시에는 1차 조정위원회 시정권고 및 관찰, 2차 동일 민원 발생 시에는 당사자 면담 및 서면경고, 3차 동일 민원이 생기면 소음 측정 의뢰, 4차에는 시 환경분쟁조정위원회 소음 측정 및 분쟁 신청 권고 등 4단계 대응 안을 시행하기로 했다.

또 매월 1회 입주자대표 및 관리사무소를 통해 모티터링을, 연 2회 설문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장터와 음악회, 쓰레기 줄이기, 화단 가꾸기 등을 통해 이웃 간 벽 허물기와 한 가족 운동도 벌여 나가기로 했다. 주도일 반여1동 아파트발전협의회장(67)은 “층간 소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안은 이웃에 대한 ‘미안한 마음’과 ‘그럴 수 있지’라는 작은 배려”라고 강조했다.

한편 부산시 ‘층간 소음 이웃사이상담센터’(051-888-2394, 6)에 접수된 지난해 층간 소음 민원상담은 350건이었다. 이 중 바닥 끄는 소리, 발자국 소리 등이 289건(82%), 애완견(16건), 음악 및 악기 소리(13건)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서는 52건이 접수됐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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