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기의 순간, 그야말로 짜릿짜릿”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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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전시회 갖는 ‘발기당’

발기당의 첫 전시회에 참여하는 ‘열성당원’들이 15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에 모였다. 벽에 붙은 조명 위에 카메라 두 대를 사용해 얼굴 모양을 연출했다. 왼쪽부터 김정화(디자이너), 이경숙(목사), 김희현(교수), 유서린(식품업체 대표), 이승룡(재단법인 실시학사 사무국장), 노태형 씨(사단법인 한중앙디자인산업협회 사무총장).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발기당의 첫 전시회에 참여하는 ‘열성당원’들이 15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에 모였다. 벽에 붙은 조명 위에 카메라 두 대를 사용해 얼굴 모양을 연출했다. 왼쪽부터 김정화(디자이너), 이경숙(목사), 김희현(교수), 유서린(식품업체 대표), 이승룡(재단법인 실시학사 사무국장), 노태형 씨(사단법인 한중앙디자인산업협회 사무총장).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발기! 충성!” “발기하자!” “영원한 발전을 위해… 서, 서, 서!”

망측스럽게 이런 구호를 길거리에서? 페이스북 그룹 ‘발기당’ 회원들은 만나면 이렇게 거리낌 없이 외친다. ‘발기당’은 ‘발견은 기쁨이당’의 줄임말. 올해 1월 페이스북에서 ‘창당’해 현재 ‘당원’ 140명을 거느린 모임이다. 당원들의 연령은 20대부터 60대까지, 직업은 교수, 디자이너, 목사, 대기업 임원, 찐빵공장 사장, 학원 강사, 주부, 학생, 백수까지 다양하다.

이들은 맨홀뚜껑, 우체통, 정수기, 가로등, 계란상자, 전기콘센트 등 주변에서 흔히 보는 사물이나 자연에서 눈 코 입을 연상시키는 얼굴 모양을 찾아내 사진을 찍고 페이스북에 공유한다. 바로 이들이 ‘발기’(발견하는 기쁨)를 누리는 순간이다.

발기당 회원들이 전시회에 출품한 얼굴 모양 사진들. 위부터 가로등과 동아미디어센터 건물이 파마를 한 여성을 연상시키는 ‘파마줌마’(김영희 작), 나무줄기가 짐승의 옆모습처럼 보이는 ‘눈이 큰 아이’(이성실 작), 웃는 모습처럼 생긴 ‘하수구 뚜껑’(김희현 작). 발기당 제공
발기당 회원들이 전시회에 출품한 얼굴 모양 사진들. 위부터 가로등과 동아미디어센터 건물이 파마를 한 여성을 연상시키는 ‘파마줌마’(김영희 작), 나무줄기가 짐승의 옆모습처럼 보이는 ‘눈이 큰 아이’(이성실 작), 웃는 모습처럼 생긴 ‘하수구 뚜껑’(김희현 작). 발기당 제공
발기당의 ‘총재’는 김희현 중앙대 디자인학부 교수(51). 2011년부터 일상의 사물에서 사람의 얼굴을 발견하는 데 재미를 느낀 김 교수가 그 사진들을 페이스북에 올리자 페친(페이스북 친구)이 하나둘씩 그를 따라 사진을 찍어 올리기 시작했다. 김 교수는 올해 초 아예 발기당을 만들었고 두 달간 게시된 사진이 1100여 점에 이른다.

그 발기당이 첫 오프라인 전시회를 연다. 20∼26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 갤러리 이앙에서 열리는 전시회에 회원 18명이 사진을 출품했다.

김 교수는 “모임 이름을 지을 때 발기당과 ‘얼찾사’(얼굴을 찾는 사람들) 중에서 고민하다가 얼굴뿐 아니라 일상에서 소소하고 재미난 모든 것을 발견하는 기쁨을 누리자는 뜻에서 발기당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전문 카메라 장비를 다뤄본 적이 없다는 이승룡 씨(58·재단법인 실시학사 사무국장)는 스마트폰 카메라로 손쉽게 찍은 사진을 출품했다. 그는 “갓 돌이 된 손녀의 아랫니 2개가 올라온 것을 발견하고 찍은 사진이 가장 큰 기쁨”이라고 말했다.

이경숙 목사(55·여)는 “예전에는 무관심하게 지나쳤던 지하철이나 버스 같은 삶의 공간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고 나만의 생각을 덧붙이면서 작은 행복을 얻는다”고 말했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발기당#페이스북 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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