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車는 사랑의 정표”… ‘벤츠 女검사’ 무죄 반전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14일 03시 00분


코멘트

부산고법 ‘징역 3년’ 1심 깨… “사건청탁 2년전 車받아 대가성으로 보기 어렵다”
일각 “국민 법감정과 괴리”

내연 관계인 변호사에게서 벤츠 승용차와 법인카드를 받고 사건을 다른 검사에게 청탁한 일명 ‘벤츠 여검사’ 사건 항소심에서 법원이 해당 전직 여검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부산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김형천)는 13일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모 전 검사(37)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전 검사는 1심에서는 징역 3년에 추징금 4462만 원을 선고받았다.

이 전 검사는 2010년 9월 내연 관계이던 최모 변호사(49)가 동업자를 고소한 사건에 대해 임관 동기인 창원지검 모 검사에게 청탁을 한 대가로 같은 해 9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벤츠 승용차 리스대금과 법인카드를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이 전 검사가 최 변호사에게 고소 사건을 청탁받은 시점은 2010년 9월 초순인 반면, 벤츠 승용차를 받은 시점은 2008년 2월로 청탁 대가로 승용차를 받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이 전 검사가 최 변호사에게 ‘다른 여자를 만나지 않겠다’는 정표를 요구해 사랑의 정표로 벤츠 승용차를 받은 것 같다”며 “신용카드 역시 청탁 시점 4개월 전에 받은 것을 보면 내연 관계에 따른 경제적 지원 방법으로 사용했지 대가성으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어 “동료 검사에게 ‘사건을 가급적 빨리 처리했으면 좋겠다’고 전화를 건 것도 내연 관계이던 최 변호사를 위한 것이지 대가를 바라고 한 것은 아닌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전 검사는 1심 판결 직후 “최 변호사에게 사건 청탁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기억이 없다. 설사 청탁을 받았어도 벤츠와 신용카드는 연인이던 최 변호사가 사랑의 정표로 제공해 보관하고 관리한 것일 뿐 알선 대가는 아니다”며 항소했다.

지인의 소개로 최 변호사를 만난 이 전 검사는 내연 관계가 시작된 2007년부터 최 변호사에게서 경제적 지원을 받았던 것으로 이날 항소심에서 드러났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 전 검사는 2007년 초 최 변호사로부터 부산 동래구의 40평형짜리 전세 아파트를 제공받았다. 같은 해 12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살았던 해운대의 아파트도 역시 최 변호사가 비용을 댔다. 이 아파트는 바닷가 쪽으로 전망이 좋아 보증금 5000만 원에 월세 300만 원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전 검사는 2007년 10월 3000만 원짜리 다이아몬드 반지와 2650만 원짜리 카르티에 시계도 최 변호사에게서 선물로 받았다. 같은 해 12월 크리스마스 선물로 1200만 원짜리 모피 롱코트를, 이듬해 1월에는 450만 원짜리 모피반 코트를 받았으며, 379만 원짜리 샤넬 핸드백(2009년 4월), 600만 원가량인 골프채(2009년 5월)도 선물 받았다.

이 전 검사는 최 변호사에게 자주 현금을 송금받기도 했다. 최 변호사는 공판 과정에서 “한 달에 100만 원이나 300만 원 정도 건넸다”고 말했다. 자신의 신용카드와 법인카드를 이 전 검사에게 건네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민 법 감정과 동떨어진 판결”이라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부산 지역의 한 변호사는 “법원 판결은 반드시 청탁을 한 시점에 대가를 줘야만 알선수재죄가 성립한다는 것”이라며 “너무 좁은 의미로만 해석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부산지검은 대법원에 상고할 계획이다.

[채널A 영상] ‘벤츠 여검사’ 무죄…“사랑의 정표?” 누리꾼 부글부글

[채널A 영상] 학연-접대-내연관계 얽히고 설킨 법조계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벤츠 여검사#부산고법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