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잡초서 고소득 작물로… “세발나물이 효자네”

  • Array
  • 입력 2012년 11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해남 ‘땅끝세발나물연구회’… 농가당 6000만원 소득 올려
세계농업기술상 대상 수상도

전남 해남군 문내면 예락마을 주민들이 고소득 작목인 세발나물을 채취하고 있다. 해남군 제공
전남 해남군 문내면 예락마을 주민들이 고소득 작목인 세발나물을 채취하고 있다. 해남군 제공
세발나물은 바닷가나 염전 주변, 간척지 논 등 소금기가 있는 땅에서 자생하는 갯나물이다. 잎이 10∼20cm로 가늘고 길며 끝이 뾰족해 세발나물로 불렸다. 바닷가 주민들은 이른 봄 먹거리가 없을 때 뜯어다 살짝 데친 후 무쳐 먹기도 했지만 소금 생산과 벼농사에 방해가 된다며 애물단지 취급했다. 바닷가에 자라는 잡초로 여겨졌던 세발나물이 농가 고소득 작물로 화려하게 변신했다. 세발나물로 도시민의 입맛을 사로잡은 주인공은 전남 해남군 문내면의 ‘땅끝세발나물연구회’ 회원들이다.

문내면 예락마을에 사는 김경식 씨(54)는 1980년대 후반 간척지에서 세발나물이 자라는 것을 눈여겨봤다. 진도 등지에서 온 아낙들이 이를 캐서 목포 시장에 내다 파는 것을 보고 990m²(약 300평)에서 시험 재배했다. 그 결과 당시로선 큰돈인 600여만 원을 벌었다. 상품화 가능성을 확인한 그는 씨앗을 채취해 재배면적을 늘려 갔다. 2006년부터 마을 주민들이 참여하면서 2년 전엔 영농법인인 연구회를 만들었다.

세발나물은 벼농사가 끝난 9월 중하순에 씨를 뿌려 10월 말부터 4월 말까지 4차례 정도 수확한다. 밑동을 칼로 베어내면 다시 자라는데 겨울에는 50여 일, 봄에는 20∼25일이면 다시 잘라서 팔 수 있다. 예락마을 16농가로 결성된 연구회원들은 14ha에서 세발나물을 재배해 농가당 평균 6000만 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연구회는 최근 큰 경사를 맞았다. 농촌진흥청이 주관하는 ‘2012 세계농업기술상’ 협동영농 부문 대상을 받은 것이다. 임명식 땅끝세발나물연구회장(57)은 “농가 고소득 작물로 입소문이 나며 벤치마킹하려는 타 지역 농업인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해남=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해남#세발나물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