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추억의 명물, 대전역서 다시 맛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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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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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년 된 성심당, 역에 재개점…가락국수 연말 다시 판매 예정

대전 지역 ‘전통의 맛’이 돌아왔다. 대전역 광장에 처음 자리 잡았던 성심당이 13일 대전역사로 들어왔다. 사진은 1956년 설립 당시 모습(왼쪽). 기차가 잠시 정차한 사이 후루룩
먹는 재미가 쏠쏠했던 추억의 가락국수(오른쪽)도 연말부터 대전역에서 다시 판매될 예정이다. 성심당·코레일 제공
대전 지역 ‘전통의 맛’이 돌아왔다. 대전역 광장에 처음 자리 잡았던 성심당이 13일 대전역사로 들어왔다. 사진은 1956년 설립 당시 모습(왼쪽). 기차가 잠시 정차한 사이 후루룩 먹는 재미가 쏠쏠했던 추억의 가락국수(오른쪽)도 연말부터 대전역에서 다시 판매될 예정이다. 성심당·코레일 제공
1956년 10월 대전 동구 정동 대전역 광장 한쪽에 허름한 빵집이 문을 열었다. 함경도에서 피란 내려와 거제도를 거쳐 대전에 정착한 임길순 씨가 세운 ‘성심당(聖心堂)’이다.

끼니 때우기조차 어렵던 시절, 성심당은 배고픈 사람들을 먹이는 ‘구휼기관’이었다. 매일 팔고 남은 빵을 전쟁고아 등 어려운 사람들에게 무료로 나눠 줬다. 싸게라도 팔면 돈이 될 것 아니냐는 권유도 있었지만 임 씨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그 전통은 56년 동안 이어져 요즘은 매일 저녁이면 평균 30만∼40만 원어치의 빵이 50여 곳의 불우시설로 향한다. 임 씨의 아들인 임영진 현 성심당 대표(58)는 올해 5월 기부와 나눔의 경영에 앞장선 공로로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자선은 이익으로 되돌아왔다. ‘성심당은 어제 만들어 남은 빵은 팔지 않는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고객이 몰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성심당은 이제 450가지의 빵을 갖춘 단일 매장 중 전국 최대 수준의 제과점(대전 은행동 본점·450m²·약 150평)이다. 전국의 동네 빵집을 초토화시킨 프랜차이즈 제과점의 높은 파고를 이겨 낸 ‘동네 빵집’의 대표자이자 대전의 대표 브랜드로 발전했다. 지난해에는 세계적 명성의 미식 잡지 미슐랭 가이드에 한국 빵집으로서는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56년 전통을 이어 온 대전의 명물 빵집 성심당이 13일부터 대전역에서 다시 영업을
시작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56년 전통을 이어 온 대전의 명물 빵집 성심당이 13일부터 대전역에서 다시 영업을 시작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성심당이 13일 대전역점을 다시 열었다. 1958년 인근으로 옮긴 지 54년 만이다. 지역 명물이 교통 관문에 진출하기를 바라는 대전시와 전국의 역사(驛舍) 차별화에 나선 코레일이 입점을 요청했다. 임 대표는 “다시 대전역에 성심당 문을 열어 감회가 새롭다”며 “롯데백화점 대전점에 입점한 성심당의 매출이 놀랍다면서 롯데백화점 본점과 잠실점이 입점을 요청해 왔지만 대전역점 개점을 위해 사양했을 정도로 큰 의미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성심당 대전역점은 매장 면적(90m²)이 작아 빵은 200여 종류만 갖췄지만 대전의 관문이라는 점을 감안해 프랜차이즈 빵집과 차별화된 성심당 고유의 정체성을 보여 주기로 했다. 우선 본점과 같이 현장에서 직접 굽는 따뜻한 빵을 제공하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또 ‘천안 호두과자’처럼 대전의 유명 선물로 자리 잡은 국산 원료의 찹쌀떡 ‘대전부르스’를 앞세우고 입점 기념으로 새로 만든 빵에 ‘보문산 메아리’와 ‘오! 한밭’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대전역의 또 다른 명물이던 ‘추억의 가락국수’도 올 연말에는 다시 맛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락국수가 대전의 명물이 된 것은 증기기관차가 다니던 시절부터다. 호남선에서 경부선으로, 또는 그 반대로 옮겨 타기 위해 기차가 방향을 선회하려면 대전역에서 그 작업을 했는데 그때 기관차(증기기관)에 급수를 하고 머리를 돌리느라 걸리는 10∼15분간의 시간에 승객들이 내려 가락국수를 먹었다.

당시 홍익회에서 판매한 가락국수는 현재 대전역의 플랫폼과 역사에 있는 가락국수 판매점 4곳의 가락국수에 비해 면발이 더 굵고 통통했다. 국물은 멸치를 우려내 고춧가루를 넣어 만들었다. 코레일 대전충남본부 강병규 영업개발파트장은 “우송대와 전통의 가락국수의 레시피 개발을 마쳤다”며 “연말이면 플랫폼이나 역사의 판매점에서 추억의 가락국수를 먹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대전#성심당#가락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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