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고 정해영 선생이 세운 동천학사 덕에 편히 공부할 수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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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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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여년만에 세운 ‘보은의 송덕비’
■ 울산 장재마을서 제막식

13일 울산에서 열린 해석 정해영 선생 송덕비 제막식. 해석이 1955년 서울에 세운 사설 기숙사인 동천학사 출신 인사들이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세웠다. 송덕비 왼쪽이 해석의 아들인 정재문 전 의원, 오른쪽이 박맹우 울산시장. 울산시 제공
13일 울산에서 열린 해석 정해영 선생 송덕비 제막식. 해석이 1955년 서울에 세운 사설 기숙사인 동천학사 출신 인사들이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세웠다. 송덕비 왼쪽이 해석의 아들인 정재문 전 의원, 오른쪽이 박맹우 울산시장. 울산시 제공
국회부의장을 지낸 해석(海石) 정해영 선생(1915∼2005·사진)을 기리는 송덕비가 13일 선생의 고향 울산에 세워졌다. 울산 등 지방 유학생을 위해 선생이 1955년 서울에 세운 사설 기숙사인 ‘동천학사(東川學舍)’ 출신 인사들이 50여 년 만에 마음을 모은 것이다.

송덕비는 이날 오후 선생의 고향인 울산 중구 남외동 장재마을 정지말공원에서 제막됐다. 제막식에는 박맹우 울산시장 등 울산의 주요 기관장과 국회의원, 송덕비 건립 공동추진위원장인 안우만 전 법무부 장관, 심완구 전 울산시장, 정우모 태영그룹 부회장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가로세로 각 2m인 비 건립에는 2500만 원이 소요됐다. 울산대 양명학 명예교수가 글을 짓고, 서예가인 박석종 울산 강남교육장이 글을 썼다.

동천학사는 선생의 고향 집(울산 진장동) 앞으로 흐르는 동천강(東川江)에서 이름을 딴 것. 울산 등 지방 출신 후학들을 위해 1955년 서울 성북동에 세웠다. 숙식비는 거의 무료였다. 서울시 도시계획에 따른 도로 편입으로 1980년 철거될 때까지 25년간 지방 출신 서울 유학생들의 보금자리였다.

이 기간 동천학사를 거쳐 간 인사는 모두 500여 명. 안 전 장관 등 공동추진위원장과 고 김태호 전 내무장관, 최형우 전 내무장관, 박진구 이규정 차수명 차화준 최병국 전 국회의원 등이 이곳 출신이다. 또 정동락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과 오세민 전 조폐공사 사장, 박맹우 시장 등도 동천학사를 거쳤다. 경남 합천 출신인 강만수 산은금융그룹 회장도 마찬가지.

성균관대를 나온 심 전 시장은 “동천학사는 가난한 지방 유학생들의 학비 부담을 덜어 준 것은 물론이고 울산 유학생들의 구심점이었다”며 “늦은 감이 있지만 동천학사 출신들이 송덕비를 건립하게 돼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해석은 1915년 미곡상을 하는 부농(富農)의 아들로 태어났다. 울산 병영초등학교 재학 시절 인근에 살던 한글학자 외솔 최현배 선생(1894∼1970)의 집에 드나들며 수학했다. 부산상고를 졸업한 뒤 부산 범일동에서 미곡상을 운영하다 연탄공장을 창업했다. 전국 연탄 공급량의 3분의 1을 충당해 32세에 ‘석탄왕’ 칭호를 얻기도 했다. 당시 부산과 경남의 최고액 납세자였다.

1954년 울산 을구에서 무소속으로 3대 민의원에 당선된 뒤 10대까지 야당 의원으로만 7선을 했다. 10월 유신으로 1년3개월만에 해산된 8대 국회에서는 부의장을 지내기도 했다. 선생의 묘소는 울산 북구 무룡산 중턱에 있다.

선생의 동생 정일영 씨(87)는 외무부 차관 출신으로 재선 의원, 아들 정재문 씨(77)는 5선 의원으로 국회 외교통상위원장을 지냈다. 아들 정 전 의원은 2003년 부친의 유산 100억 원으로 ‘해석 정해영 선생 장학문화재단’을 설립해 매년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손자인 정연욱 경남에너지 사장(50)은 올해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으로 가입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국회부의장#정해영 선생#송덕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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