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원서접수 시스템 대기업에 이관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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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이 운영하는 대입 온라인 원서접수 대행 시스템을 교육과학기술부가 대기업에 무리하게 넘기려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교과부와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원서접수 시스템 업체를 선정하기 위한 입찰이 다음 달 실시된다. 진학사와 유웨이중앙교육이 맡았던 원서접수 대행 업무를 2016년까지 대학교육협의회가 주도한다는 계획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대교협은 원서접수 주관 기관이라는 명칭만 가질 뿐 시스템 구축 및 운영은 입찰에서 선정된 기업이 맡게 된다. 진학사와 유웨이중앙교육의 운영권이 다른 기업에 넘어가는 셈이다. 교과부는 이를 위해 내년 초기비용으로 특별교부금 84억7000만 원을 편성했다. IT 전문가들은 새 시스템 구축 예산으로 500억 원가량이 들 것으로 추산한다.

이에 대해 교과부 안팎에서는 정부가 중소기업이 개발한 분야를 대기업에 넘기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국회의원 및 대통령직인수위 간사 시절부터 원서접수 업무를 대교협에 넘기자고 주장했던 이주호 장관이 무리수를 둔다고 지적한다.

교과부는 2010년 기획재정부에 원서접수 시스템 개선 관련 예산 192억 원을 신청했지만 사업 필요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반려됐다. 그러자 지난해 6월에는 원서접수 업체가 대교협과 계약하는 식으로 감독을 받도록 했다. 교과부의 지시에 따라 진학사와 유웨이중앙교육은 조직을 개편해서 원서접수 부문을 분사했다.

그런데 올해 초 교과부와 대교협은 삼성SDS에 용역비 4억 원을 주고 시스템 개선안을 만들라고 했다. 삼성SDS의 보고서를 토대로 업체를 선정하기 위해서다. 삼성SDS는 유큐브라는 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할 계획이어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다.

교과부는 시스템 안정성을 강화한다는 이유를 내세우지만 삼성SDS와 유큐브는 차세대 나이스를 운영하면서 지난해 7월 대규모 성적오류 사태를 빚었다. 수시모집을 앞두고 혼란이 컸지만 교과부가 삼성SDS에 책임을 묻지 않아 봐주기 논란이 있었다. 진학사와 유웨이중앙교육은 원서접수 대행 업무를 시작한 이래 10년 동안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

사업 추진 시점과 액수도 의혹을 사고 있다. 정부는 동반성장 기조에 따라 내년부터 대기업이 공공기관 정보화사업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했다. 올해까지는 대기업이 80억 원이 넘는 사업에만 참여할 수 있다.

IT기업 관계자는 “교과부가 80억 원을 약간 웃도는 특별교부금을 급히 편성한 이유는 이런 규제를 피해 삼성SDS를 진입시키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시스템을 바꿔도 달라지는 점이 없다는 점 또한 문제다. 교과부는 수험생의 개인정보를 사설업체가 관리하면 개인정보가 위험하다는 이유를 든다. 하지만 새로운 시스템도 주체만 바뀔 뿐 사설업체가 맡으므로 설득력이 떨어진다.

서울의 A사립대 입학처 관계자는 “시스템이 이런 식으로 바뀐다면 대교협이 수험생의 개인정보와 성적을 모두 들여다보는 결과만 낳을 것이다. 그럴 거면 차라리 우리가 원서를 직접 받겠다”고 밝혔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대입 원서접수#대기업 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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