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응급의료기관 대수술… 경증-중증 이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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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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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지부 개편안 연말 확정
작년 1032만명 응급실 몰려 중증환자 제때 치료 못받아… “중증전담 108곳 필요” 진단

응급환자의 상태에 따라 치료받는 응급의료기관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응급의료기관을 중증환자 전담기관과 경증환자 전담기관으로 이원화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응급의료기관 기능 개편 안’을 추진하겠다고 17일 밝혔다.

전국의 응급의료기관은 총 452개. 크게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기관으로 나뉜다. 의사인력, 시설, 장비를 기준으로 분류했을 뿐 환자의 상태는 고려하지 않았다. 중증과 경증 환자가 뒤섞이면서 정작 위중한 응급환자가 신속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응급치료가 제 기능을 하려면 환자의 상태를 최우선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보고 정부가 구조 개편에 나섰다. 응급실을 찾는 환자가 급증하는 현실도 고려했다. 응급실 이용자는 2007년 838만여 명에서 지난해 1032만여 명으로 4년 만에 23.2% 증가했다.

개편 안에 따르면 응급의료기관은 중증 응급센터와 경증 응급센터로 구분된다. 수술과 입원 치료가 가능한 응급의료기관은 중증환자 전담 응급센터로 지정해 집중 지원한다. 나머지 기관은 경증 또는 비응급 환자를 전담한다. 이에 따라 권역-지역별로 나뉜 현재의 지정방식이 없어질 확률이 높다.

환자는 자신의 상태가 중증인지 경증인지 판단해 적합한 응급센터로 가야 한다. 어느 정도를 기준으로 할지가 다소 애매한 것은 사실이다. 대체로 중증외상 환자나 뇌, 혈관, 심장 수술이 필요한 환자를 중환자로 분류한다. 간단한 피부 봉합이 필요하거나 미열이 나는 환자는 경증으로 본다.

경증이나 비응급 환자가 중증 응급센터를 찾으면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환자를 다른 곳으로 강제로 되돌려 보낼 순 없겠지만 진료비를 더 물리는 방식을 활용해 가급적 경증 응급센터로 가도록 유도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정반대로 중증 환자가 경증 응급센터를 방문하면 의사가 신속하게 상태를 판단해 인근의 중증 응급센터로 보낸다.

복지부는 응급의료 체계를 개편하기 위해 이미 2010년 응급진료 상황을 분석하는 연구용역을 실시한 바 있다. 당시 연구에서는 중증 응급의료기관이 인구 50만 명당 1곳씩, 전국에 108개가 적당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복지부는 이를 근거로 100여 곳의 중증 응급의료기관을 두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나머지 응급의료센터 350여 곳은 경증 응급센터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단순히 인구수를 기준으로 중증 응급센터를 지정하지는 않을 계획이다. 인구가 적은 지역이라도 접근성을 감안해 중증 응급센터를 운영할 필요성이 있어서다. 복지부는 이를 위해 지역별 응급의료 이용 현황을 세부적으로 분석하기로 했다. 또 특정 센터에 환자가 몰리지 않도록 지역별 네트워크를 강화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개편 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26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공청회를 연다. 여기서는 중증 환자를 주로 보는 응급의료기관에 대한 지원 방안도 논의한다. 복지부는 연말까지 최종 방안을 도출한 후 관련 법률을 개정하기로 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응급의료#이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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