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닥터 말 들었더니… “동네 슈퍼, 슈퍼 매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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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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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진열만 바꿔도…” 매출 30% 껑충
■ 서울시 동네슈퍼마켓 살리기 컨설팅 효과

진열대는 상품 찾기 쉽게 돌리고… 입구에는 할인상품 둬 손길 끌고… 작은 변화를 만들어낸 서울 은평구 대조동의 동네 
슈퍼 진성마트에서 12일 ‘슈퍼닥터’ 김용호 서울지역슈퍼협동조합협회 전무(아래 사진 왼쪽)가 주인 진성준 씨에게 매장 관리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안 팔리는 물건만 잔뜩 쌓아뒀던(위 사진) 이 가게는 진열 방법을 바꾸는 등 작은 변화를 줘 대규모 리모델링
 없이도 매출액이 30% 이상 늘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진열대는 상품 찾기 쉽게 돌리고… 입구에는 할인상품 둬 손길 끌고… 작은 변화를 만들어낸 서울 은평구 대조동의 동네 슈퍼 진성마트에서 12일 ‘슈퍼닥터’ 김용호 서울지역슈퍼협동조합협회 전무(아래 사진 왼쪽)가 주인 진성준 씨에게 매장 관리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안 팔리는 물건만 잔뜩 쌓아뒀던(위 사진) 이 가게는 진열 방법을 바꾸는 등 작은 변화를 줘 대규모 리모델링 없이도 매출액이 30% 이상 늘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아깝다고 모든 물건을 진열하지 마세요. 안 팔리는 물건은 과감하게 치워야 합니다.”

대형마트 등의 등장으로 갈수록 손님이 줄어드는 동네 가게들. 뭔가 바꾸기는 해야겠는데 딱히 어떻게 바꿀지 막막하기만 하다. 하지만 하늘만 쳐다보고 있지는 말자.

서울 은평구 대조동 진성마트는 일반 편의점 정도 크기의 동네 가게. 하지만 늘 손님들로 북적인다. 올해 초만 해도 갈수록 줄어드는 손님 때문에 걱정이 태산이었던 곳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주인 진성준 씨(54)는 17일 “26년 동안 슈퍼를 해왔지만 어떻게 바꿔야 할지 몰랐다”며 “주변 슈퍼들이 하나둘 문을 닫고 편의점으로 바뀌는 것을 보고 위기감을 느껴 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했다”고 말했다.

진 씨는 올해 3월 ‘슈퍼닥터’에 도움을 요청했다. ‘슈퍼닥터’는 서울시가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해 면적 300m² 이하의 중소 슈퍼마켓에 투입한 유통 컨설팅 전문가들의 모임. 지원에 나선 김용호 서울지역슈퍼협동조합협회 전무는 일단 매장 배치부터 뜯어고쳤다.

김 전무는 우선 매장 조명을 밝게 하고, 무질서하게 쌓아둔 물건을 모두 치우게 했다. 그는 “구멍가게의 문제점은 물건이 많은 것처럼 보이려고 물건을 많이 쌓아두는 점”이라며 “매장 면적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 이상 팔리지 않는 상품은 빼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진열대 배치 방식도 바꿨다. 진 씨 가게는 입구에서부터 진열대가 가로로 길게 놓여 있었다. 첫 줄이 마치 벽처럼 막아 뒤쪽은 잘 보이지 않은 것. 김 전무는 “진열대를 세로로 놓으면 가게 구석구석에 접근하기 쉬워지고 내부가 한눈에 보인다”고 설명했다.

상품 배치에도 전략적으로 접근했다. 김 전무는 “구멍가게는 주로 과자 등 잘 팔리는 상품만 진열대 맨 앞에 둔다”며 “이 때문에 과자 몇 봉지 집고는 바로 계산하고 나가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이런 상품을 가게 뒤쪽으로 옮기고 통로를 확보하면 손님들이 돌아다니면서 가게 구석구석의 물건을 살 가능성이 크다는 것. 시선이 집중되는 눈높이에서 15도 아래(바닥에서 130∼140cm)에 주력상품을 배치하게 했다. 입구에는 그때그때 재고를 없애야 하는 할인상품과 채소 과일 등 신선제품을 진열했다. 김 전무는 “곳곳에 일종의 ‘자석’을 만들어 손님이 가게에 오래 머무르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가게와 차별화된 서비스도 중요하다. 진 씨는 ‘택배 물품 위탁보관’을 시작했다. 주변에 다가구·다세대주택이 많아 집에 사람이 없을 때 택배 물건을 맡아둘 곳이 없다는 데서 착안한 것. 진 씨는 “동네 사람들이 택배 물건을 찾아가기 위해 한 번이라도 더 가게에 온다”고 말했다. 이런 변화는 진성마트의 매출액을 컨설팅 전 하루 평균 70만 원에서 90만∼100만 원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물론 동네 슈퍼만의 노력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 규모가 작아 대형마트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낮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내년 1월 서울지역 7000여 개의 중소 슈퍼마켓 전용 물류센터를 서초구 양재동에 열 계획이다. 주문·배송·재고관리 등을 전산화하고 공동구매를 통해 행사상품, 자체브랜드(PB)상품도 공급한다.

김 전무는 “동네 슈퍼가 대형마트의 공세를 이기기는 힘들겠지만 맞서 싸울 수는 있다”며 “정부의 지원과 더불어 변화해 보겠다는 주인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동네슈퍼 성공전략 팁

○ ‘많이 팔았다’가 아니라 ‘몇 개 팔았다’가 중요하다. 품목별 시간대별 판매량을 관리하라.

○ 매출은 판매원의 첫인상에서 결정된다. 의상 인사 친절 등 서비스를 편의점 수준으로 강화하라.

○ 매장 면적은 한정돼 있다. 팔리지 않는 상품은 진열대에서 과감히 치워라.

○ 시선이 집중되는 눈높이에서 15도 아래(바닥에서 130∼140cm)에 주력 상품을 집중 진열하라.

○ 과자 등 잘 팔리는 상품은 매장 뒤편에 배치해 고객을 매장 구석구석으로 유도하라.

○ 채소 등 선도유지상품, 우유 등 일일배송식품은 당일 판매가 원칙. 재고는 폐점 2시간 전에 할인 판매하라. (자문 서울시 슈퍼닥터 컨설턴트)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동네슈퍼#슈퍼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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