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대구가톨릭대 “지식보다 윤리가 먼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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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교육 강조… 무감독 시험, 학생 1200명 자발적 참여

“시험감독이 없으니 오히려 ‘실력대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구가톨릭대 정치외교학과 2학년 이성우 씨(20)는 16일 “대학생이 누군가의 감독을 받으며 시험을 치는 건 창피한 일이라고 본다”며 이같이 말했다.

대구가톨릭대가 이번 주에 치르는 중간고사에 ‘무감독 시험’을 도입했다. 여기에는 학교 취지에 공감한 11개 단과대학 25개 학과 1200여 명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감독이 없어도 부정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담당과목 교수에게 제출한 학생들이 동참했다.

무감독 시험 강의실 풍경은 1학기 때와는 아주 달랐다. 담당 교수나 대학원생 조교가 학생들 사이로 오가면서 ‘혹시 부정행위를 하지 않나’ 하는 모습은 사라졌다. 교수나 조교는 시험지를 나눠주고 거둬가는 역할을 할 뿐 학생들은 각자 알아서 시간에 맞춰 시험을 치렀다. 3학년 여학생은 “자연스럽고 당당하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대구가톨릭대는 1996년 인성교양부 설치를 계기로 유달리 학생과 교직원들의 윤리를 강조한다. 2009년에는 40쪽짜리 ‘학습윤리 가이드북’을 만들어 모든 학생에게 나눠줬다. 교수들에게 연구윤리가 중요한 것과 마찬가지로 학생에게는 ‘바른 공부’가 중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과제물은 내가 직접 작성한 것인가 △인용한 자료의 출처를 정확하게 표기했는가 △과제물의 도표나 데이터 조작은 없었나 △과제물을 인터넷 등에서 구입해 제출하는 것은 아닌가 등을 기준으로 제시했다.

지난해 4월에는 대학의료원이 생명의학연구윤리 국제대회를 열어 주목을 받았다. 인체를 다루는 의료인의 윤리를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또 12월에는 학생들의 과제물(리포트) 표절방지 시스템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올해 3월 개편한 교양 교육과정에도 인성교육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다.

소병욱 총장은 “진리 탐구와 창의성 교육도 건전한 인성 위에 서지 않으면 무너지기 쉽다”며 “자칫 소홀하기 쉽지만 자율 윤리 책임 같은 가치는 대학 교육을 지탱하는 힘”이라고 강조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대구가톨릭대#무감독 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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