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되면 단속 전 짐싸 잠적… 떴다방식 불법 입시컨설팅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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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주 합숙 상담료 480만원

서울 강남교육지원청 학원담당자 4명이 강남구 청담동의 7층 건물을 찾았다. 26일 오후 3시경이었다. 3개 층을 쓰면서 영업 중이라는 A학원을 조사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학원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교육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하루 전에 학원법 위반을 이유로 고발하자 재빨리 짐을 싸서 떠나버린 뒤였다. 결국 교육청 조사는 아무 성과 없이 10분 만에 끝났다.

건물 관리자에 따르면 학원 관계자들은 25일 밤부터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이어 26일 오전 4∼5시에 서류와 물품을 차에 싣고 떠났다. 건물 입구의 학원 간판 글씨는 모두 지웠다. 운영하던 홈페이지도 폐쇄했다.

이창섭 강남교육지원청 학원관리팀장은 “이렇게 문을 닫아걸어 버리면 조사할 방법이 없다. 고발 내용이 사실로 확인되면 휴원이나 폐원 조치가 가능하다고 예상했지만 이제는 벌점이나 과태료 같은 행정처분을 내리기도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입시준비나 학습법을 가르치는 컨설팅업체가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교육당국이 늑장 대응해 불법 고액 상담료를 막지 못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지능검사와 학습유형검사비로 50만∼60만 원을 받고 상담을 하면서 수강을 유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 따르면 A학원은 ‘상위 1% 교육’을 내세우며 고액의 학습컨설팅이나 강의를 했다. 최근에는 수강료가 68만 원인 학습법 강의 프로그램을 마련해 수강생을 모집하고 있었다. 서울대 재학생들이 멘토로 참여한다.

또 방학에는 4주 합숙 강의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수강료를 480만 원으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어 수학 등 개별과목 강의의 경우 일대일 상담만 가능하다. 전화번호를 남기면 학원에서 전화하는 식이어서 정확한 수강료를 알기 힘들다.

서울시교육청은 등록되지 않은 컨설팅업체를 지도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입시 시즌에만 ‘떴다방’ 형태로 운영하므로 단속이 쉽지 않다고 설명한다. 이에 대해 김승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실장은 “고액의 상담료를 받지 못하도록 교육당국이 더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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