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소방관 낀 일당 11명 특전사 등에 짝퉁장비 납품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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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조상표 붙여 5억 챙겨… 軍 검수시스템 허점 드러나

중국산 가짜 제품이나 중고 장비를 새것으로 속여 특전사령부 등 군부대에 납품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납품 제품 중 일부는 현재 실제 군에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군 장비 구입 시스템의 총체적 허점이 다시 드러났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군부대 각종 장비 입찰을 따낸 뒤 위조 상표를 붙인 싸구려 물품이나 중고품을 납품한 혐의로 최모 씨(51) 등 11명을 붙잡아 3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6일 밝혔다. 대부분 특수부대에 복무하면서 알게 된 이들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7월까지 허위 서류를 작성해 계약을 딴 뒤 14차례에 걸쳐 총 16억 원 상당의 제품을 특전사령부나 육군, 해군 군수사령부 등에 납품했다. 하지만 이들이 납품한 제품은 상당수가 불량품으로 이런 방식으로 챙긴 부당 이득은 5억여 원에 달했다. 일당 중 한 명인 김모 씨(31·경장)는 현직 경찰관으로 자신이 관리하는 경찰 창고를 가짜 물품 보관용으로 빌려줬으며, 현직 소방공무원인 한모 씨(39)도 포함됐다.

경찰에 따르면 최 씨 일당이 납품한 ‘폐쇄식 호흡기’는 수중 침투 시 공기방울이 나오지 않아야 하지만 규격 미달 부품을 사용해 실제로는 공기방울이 발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첨단 장비인 잠수 시 레이더에 감지되지 않는 호흡기의 경우 레이더에 그대로 감지돼 실전에서는 무용지물인 것으로 드러났다.

최 씨 등은 제품 방식도 교묘히 꾸몄다. 최저가로 공급하겠다고 계약을 맺은 수중 로봇 청소기와 매몰자 탐지용 전자 내시경 카메라를 비롯해 전투용 수영복 등의 계약 및 납품은 최 씨의 동거녀 이름으로 홍콩에 세운 페이퍼컴퍼니 등을 통해 이뤄졌다. 이들이 납품한 로봇 청소기는 포장만 새것일 뿐 실제 제품은 중고였고, 카메라는 중고 부품을 이용해 자신들이 조립한 뒤 유명 상표를 부착했다. 군부대가 한 벌에 약 3000원을 주고 납품 계약을 맺은 수영복 3288벌은 유명 브랜드 상표를 달고 있었지만 한 벌에 1달러(약 1120원)에 불과한 중국산 가짜였다. 최 씨 등은 또 검정에서 불합격 처리된 중국산 불량 자전거 500대를 서류를 위조해 군부대에 납품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해당 장비가 ‘비무기 체계’에 포함돼 방위사업청이 아닌 일선 부대의 검수만 받는 점을 노렸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일부 불량 장비가 군부대에서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며 “일선 군부대의 계약 부서 담당자들의 직무 유기나 뇌물 수수 여부에 대해서도 군 수사기관과 공조해 수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김진우 기자 uns@donga.com  
#군납품#짝퉁장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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