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가족 앞에서 성범죄 공개” 50대 자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30일 03시 00분


코멘트

경찰 “밖으로 불러내 얘기”

가족이 있는 곳에서 경찰관이 27년 전 성범죄 전과를 공개하는 바람에 가정이 깨졌다며 50대 남자가 자살했다.

29일 오전 5시 50분경 충북 청주시 흥덕구 수곡동의 한 공원 가로수에 윤모 씨(53)가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행인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윤 씨는 앞서 24일 오전 5시경 한 교량 구조물 위에 올라가 1시간 반가량 자살 소동을 벌인 바 있다. 당시 윤 씨는 “청남경찰서 분평지구대 경찰관 1명이 11일 집으로 찾아와 가족이 지켜보는 앞에서 27년 전 성범죄 전과 사실을 말해 죽고 싶었다”고 주장했다. 유서는 남기지 않았다. 윤 씨는 1985년 성폭행 혐의로 구속돼 10년간 복역했고 출소 후에는 성범죄는 저지르지 않았지만 강도예비 등으로 몇 차례 처벌받았다.

윤 씨의 부인(45)은 “11일 여섯 살 난 딸이 아빠와 경찰관이 현관문 밖에서 다투고 있다고 말해 가까이 가보니 열린 문 사이로 두 사람의 대화 내용(성범죄 전과)이 들렸다”며 “이 때문에 부부싸움을 했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경찰의 입막음 의혹도 제기했다. 해당 경찰관이 25일경 집으로 찾아와 “진급이 얼마 남지 않았다. 잘 좀 해달라”는 식으로 말하며 50만 원이 든 돈 봉투와 복숭아 한 상자를 놓고 갔다는 것.

그러나 분평지구대 측은 “당시 경찰관이 집을 방문했다가 아이가 보여 윤 씨를 밖으로 불러내 이야기했고 다른 가족은 대화 내용을 듣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또 “해당 직원이 복숭아와 돈을 건넸지만 윤 씨가 오랫동안 마음고생을 했고 생활이 어려운 것 같아 인간적인 마음에서 준 것”이라며 “윤 씨가 수백만 원의 손해배상을 언급했다”고 주장했다.

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경찰#성범죄 공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