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5년만에 덮친 ‘붉은 재앙’…남해안 초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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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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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완도해역 적조 경보… 양식 돌돔 80만마리 폐사
예년과 달리 무차별 발생… 냉수대도 사라져 피해 확산

전남 여수해역을 덮친 적조로 13일 화정면 해상 가두리양식장에서 키우던 돌돔이 집단 폐사했다. 여수시 제공
전남 여수해역을 덮친 적조로 13일 화정면 해상 가두리양식장에서 키우던 돌돔이 집단 폐사했다. 여수시 제공
‘붉은 죽음의 띠’ 적조가 전남 남해안을 덮치고 있다. 적조경보가 내려진 해역에서 양식장 어류의 집단 폐사가 속출하고 있다. 올해 발생한 적조는 여느 해와 달리 ‘게릴라성’ 행태를 보여 수산 당국과 어민들이 긴장하고 있다.

○ 5년 만에 피해

전남 고흥군은 14일 오전 금산면 신촌마을 이모 씨(53)의 가두리양식장 등 4곳에서 기르던 길이 15cm가량의 돌돔과 넙치 등 24만여 마리가 적조로 폐사했다고 15일 밝혔다. 13일에는 여수시 화정면 백야리 앞바다 신모(58) 김모 씨(58)의 가두리양식장에서 돌돔 16만8000마리가 폐사했다. 5일에도 여수시 돌산읍 두문포마을 김모 씨(43)의 육상 수조에서 기르던 돌돔 8만6000여 마리가 폐사했다. 현재까지 전남과 경남 해역에서 모두 80여만 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2007년 양식장 어류 폐사 이후 5년 만에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현재 어류 양식장이 밀집한 여수와 고흥, 장흥, 완도 해역은 적조경보가 발령된 상태다. 이들 해역에서는 적조 유해생물인 코클로디니움이 mL당 최대 5800개체가 검출됐다. 수온도 적조 생물 확산에 적합한 26.5∼27.3도로 고수온을 유지하고 있다.

○ 게릴라성 적조

수산 당국은 돌발적으로 발생하는 적조 탓에 방제에 애를 먹고 있다. 정임조 여수시 어장보전팀장은 “종전의 적조는 주로 오후에 발생해 육안으로 식별할 수 있기 때문에 황토 살포 등 방제가 쉬웠으나 이번 적조는 때와 시기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수시는 황토 3만9000t을 확보하고 적조경보 발령지역에 황토를 실은 선박을 배치해 두고 있다.

4일 여수시 돌산읍 동쪽 해안에 적조주의보가 처음 내려진 이후 소강상태를 보였던 적조는 10일부터 급속히 확산됐다. 수산 당국은 그동안 적조의 서진(西進)을 막았던 진도 해역의 냉수대가 사라졌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냉수대는 해류의 흐름을 막고 바닷물의 수온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한다. 적조는 당분간 더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내린 비로 육지에서 적조의 먹이가 되는 영양염류가 바다로 유입됐기 때문이다. 수산 당국은 수온이 20도 이하로 내려가는 다음 달 말까지 적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 총력 방제작업

적조가 발생한 남해안은 각종 양식장이 밀집해 있다. 이 때문에 수산 당국은 적조 유입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전남지역 전체 양식장은 1412곳에 면적은 6447ha다. 양식장은 적조경보가 내려진 여수와 고흥, 장흥, 완도 해역에 몰려 있다. 이 4곳의 양식장 면적은 4928ha로 전남도 전체 양식장 면적의 76%나 된다. 완도에는 어류와 조개류를 키우는 양식장이 787곳(4490ha)이나 된다. 완도에서 가장 많이 양식되는 어류는 넙치로 6447t에 달한다. 적조가 양식장을 덮칠 경우 어류는 곧바로 폐사하지만, 전복 등 조개류는 며칠 지나야 피해 여부를 알 수 있다. 여수에는 어류 양식장 66곳과 전복 양식장 56곳 등 122곳의 양식장이 있는데 대부분 해상 가두리다.

전남도는 정화선 등을 동원해 황토를 뿌리고 있지만 최악의 경우 양식어류 방류도 고려하고 있다. 이인곤 전남도 해양수산국장은 “도와 시군 등 적조 관련 부서의 전 직원이 비상근무에 들어가는 등 적조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전남#남해안#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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