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경북]유레카! 경북, 과학대국의 길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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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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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과학비전 선포… 유레카 프로젝트


최근 한국 과학계를 이끌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연구단장 10명이 선정됐다. 국내 최고 과학자를 뽑는 이 사업에 경북은 포스텍 교수 4명이 포함돼 가장 많다. 연구단은 연간 100억 원가량을 지원받는다.

경북은 이를 계기로 ‘경북과학 비전’을 선포하고 10조 원 규모의 ‘유레카 프로젝트’를 야심차게 시작했다. 고대 그리스 과학자 아르키메데스가 외친 유레카(‘바로 이거다’라는 뜻)처럼 경북 과학의 잠재력을 찾아내고 세계적인 수준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이 프로젝트는 한국 첫 노벨과학상이 경북에서 탄생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 첨단 연구개발 허브


유레카 프로젝트의 힘은 첨단 산업 분야를 아우른다. 그만큼 경북에 과학기술 기반이 잘 갖춰져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경북도가 ‘인류를 위한 과학, 미래를 여는 기술’이라는 비전을 내세운 것도 이 같은 바탕 위에 한국 과학을 이끌겠다는 다짐을 담은 것이다. 10대 프로젝트 계획을 세워 세계적인 연구 성과와 이에 따른 산업화를 최단 기간에 이룩한다는 계획이다.

포항에는 2조 원을 들여 ‘국가센빛산업단지’를 조성한다. 기술연구소와 첨단복합단지를 구축해 고출력레이저(센빛) 산업을 키우려는 것이다. 현재 절단과 용접 분야에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레이저를 핵융합과 방위산업 분야로 넓혀 사용할 계획이다.

원자 구조를 바꿔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내 ‘산업의 손’으로 불리는 양성자가속기 건설도 속도를 낸다. 경주시 건천읍에 1조5000억 원을 들여 2018년까지 완성할 계획이다. 전 단계로 2015년까지 경주에는 4700억 원 규모의 양성자가속기 연구개발단지가 들어선다. 양성자를 활용한 암 치료기술 같은 첨단기술을 개발한다.

물질 구조를 정밀하게 파악해 ‘산업의 눈’으로 불리는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건설하는 포항에는 2017년까지 5000억 원을 들여 가속기 융합 활용화 사업을 벌인다. 동해안에는 2014년부터 5250억 원으로 첨단 국가방재시스템을 구축한다. 원자력연구센터와 독도연구센터, 백두대간연구센터를 각각 지을 예정이다. 쓰나미와 지진, 대형산불 등을 로봇이 미리 감지해 예방하는 기술을 갖추는 것이 목적이다.

경산에는 4000억 원을 들여 수송과 해양, 의료 분야 발광다이오드(LED) 신기술을 개발하는 차세대 지능형 연구단지가 만들어진다. 낙동강에는 워터비즈니스(물산업) 집적단지(2500억 원), 안동 무선전력전송산업(2000억 원), 구미 경산 영천에는 첨단신소재 융합부품단지 육성(2000억 원), 구미 포항 나노융합소재 기업 지원(2000억 원) 등도 추진한다. 김호섭 경북도 과학기술과장은 “과학 원천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미래에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을 찾는 것과 같다”며 “경북은 과학기술 연구 기반이 잘 갖춰져 있어 계획대로 완료되면 아시아 최고 첨단연구개발 중심지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주시 건천읍에 건립 중인 양성자가속기는 원자 구조를 바꿔 새 물질을 만들어내 산업의 손으로 불린다.
경주시 건천읍에 건립 중인 양성자가속기는 원자 구조를 바꿔 새 물질을 만들어내 산업의 손으로 불린다.
○ 과학기술 리더 1만 명 양성

과학벨트 연구단 출범은 경북의 과학시대를 여는 큰 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연구단장들은 과학계 최고의 유망주다. 김기문 포스텍 화학과 교수(58)는 초분자화학 분야에서 세계 선두주자다. 2010년 세계 최초로 ‘쿠커비투릴’이란 나노 물질을 이용해 세포 단백질 분리에 성공해 주목받고 있다. 오용근 포스텍 수학과 석학교수(51)는 수학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메달을 수여하는 국제수학자총회에 한국인 최초로 초청받아 강연했다. 정상욱 포스텍 물리학과 석학교수(55)는 신물질 합성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자다. 논문 피인용 횟수가 3만 번을 넘어 한국인 가운데 최다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서동철 포스텍 융합생명공학부 교수(51)는 면역학 연구로 노벨상을 받은 피터 도허티 교수의 추천을 받았다. 경북은 물리와 화학, 생명, 수리 등 주요 기초과학 분야의 권위자를 골고루 배출했다.

경북도는 이 연구단으로 유레카 프로젝트 추진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는 과학벨트 연구단과 연계해 기초과학과 실용과학, 산업융합분야 과학기술인력 1만 명을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지역 대학원 기초연구분야 4곳을 선정해 매년 3억 원씩 최대 10년 동안 지원할 계획이다.

개발도상국 과학 영재들을 경북 과학 현장에 초청해 ‘과학한류’ 바람을 일으킨다는 구상도 하고 있다. 이들의 꿈을 지원해 미래의 경북과 함께하는 과학자 꿈나무로 양성한다는 것이 목표다. 이들이 뛰어난 과학자로 성장하면 새로운 과학네트워크 구축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과학벨트 연구단의 기초 연구 성과를 가능한 한 빨리 산업화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경북에 ‘한국의 실리콘밸리’를 조성하는 사업도 곧 시작한다.

경북에는 노벨상의 꿈도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유레카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경북이 원천 과학기술 개발 집적단지로 부상하는 한편 튼튼한 기초과학 덕분에 노벨상 수상 기대감도 더욱 높이게 된다. 경북도는 과학기술이 빠른 시간에 산업화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첨단소재나 생명과학, 로봇산업 등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로 발전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대구 구미 포항 울산으로 이어지는 국가주력산업벨트의 연구개발 기능을 보강하고 불교 유교 가야 등 3대 문화권의 본산인 경북 특색을 살려 과학과 산업, 문화가 융합한 ‘경북형 과학벨트’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포스텍과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울산과학기술대(UNIST)를 연결해 2017년까지 1조5000억 원을 투입하는 ‘연합 캠퍼스’ 구축도 노벨상 수상을 앞당기는 중요한 사업이다. 각 대학의 특성에 맞는 연구개발을 최대한 지원한다. 박성수 경북도 미래전략기획단장은 “노벨과학상은 기초과학 연구의 확고한 기반 위에서 가능한 일”이라며 “과학 정책 역량을 최대한 모아 경북이 과학대국을 열어가는 견인차 역할을 해내겠다”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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