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가로수 다 말라죽을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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市 “5일에 한번 물준다”지만…
뿌리 얕은 관목 절반이상 신음

24일 오후 서울 관악구 봉천동 낙성대지구대 앞. 도로 양쪽에 심어놓은 관목(灌木)인 회양목이 누렇게 말라붙은 채 시들어 있었다. 총 100m 길이의 화단에 고사한 회양목만 절반인 50m가량을 차지하고 있었다. 잎을 손으로 두세 번 문지르자 나뭇잎이 그대로 가루로 변해 떨어졌다.

한강 이남에서 한강대교로 진입하기 전인 상도터널 인근도 비슷한 상황이다. 상도터널 진입 50m 전 철쭉 울타리는 하나둘 말라붙어 이미 갈색으로 변한 개체가 절반을 넘었다. 반면 화분으로 관리하는 제라늄은 화사한 분홍색 그대로였다.

가뭄이 지속되자 도심 가로수의 고사(枯死)가 본격화하고 있다. 작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하다 보니 피해가 생겨도 방치되는 실정이다. 서울시는 “5일에 한 번꼴로 물을 주고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가뭄이 계속되는 두 달 내내 물을 받지 않을 때에야 관목이 말라서 고사한다”고 진단한다. 이미 고사했거나 빈사(瀕死)상태의 나무에 물을 주지 않았다면 서울시의 해명이 거짓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5월 1일 이후 24일 현재까지 서울지역에 내린 강수량은 10.6mm. 평년 강수량 203.5mm의 5.2%에 불과한 실정이다. 24일 둘러본 대부분의 서울지역 관목들은 누렇게 말라붙었다. 상도터널에서 한강대교, 서울역으로 이어지는 도로 주변에도 30% 이상의 관목이 고사 상태에 놓였다.

가로수 피해는 은행나무와 버즘나무 등 교목(喬木)보다 회양목과 사철나무 등 높이 1m가량의 관목에 집중된다. 뿌리가 얕아 피해도 크다. 서울시에는 28만 그루의 교목이 있지만 교목 사이를 관목으로 구성하는 띠녹지(가로수 사이) 공간은 339km²에 이른다. 하지만 서울시는 아직 구체적인 관목 가뭄 피해 상황도 집계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는 20∼25t 규모의 물탱크차와 소방차, 물청소차 등을 모두 동원해 평일 평균 500여 대의 차량이 가로수에 물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가로수 1그루로 따질 경우 평균 5일에 한 번 물을 준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경준 서울대 산림자원학과 명예교수는 “그 정도 빈도로 물을 준다면 관목이 말라죽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낙성대#가로수#가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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