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의 유혹’… 집에서 아이 키우던 부모 47% 어린이집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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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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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500명 설문으로 확인한 ‘무상보육 쏠림’

무상보육이 실시되면서 집에서 아이를 양육하던 부모까지 어린이집을 선택하게 만들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은 4, 5월 서울시내 만 0∼5세 아동을 집에서 양육하고 있는 부모 500명을 대상으로 ‘가정 내 양육 실태 및 정책수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들 가운데 235명은 무상보육 실시 이후 어린이집을 신청했다. 집에서 아이를 키우다 어린이집을 신청한 이유로는 △개인적인 시간이 필요해서(22.3%) △무상보육 지원을 받기 위해(19.2%) 등의 순이었다. 무상보육이 어린이집 수요를 창출한 원인인 셈이다. 원래는 △기관에 보내기 너무 어려서(28.6%) △믿고 맡길 기관이 없어서(28.2%)라는 이유로 아이를 집에서 키우던 부모들이었다.

반면 무상보육이 실시됐는데도 집에서 아이를 키우는 265명은 ‘믿고 맡길 기관이 없어서’(34.2%)를 첫 번째 이유로 꼽았다. 이어 △아이를 집에서 키우고 싶어서(31.3%) △아이가 적응하지 못할 것 같아서(13.2%) 순이었다. 아직 어린이집의 품질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14일 ‘서울시 육아지원 정책 방향 공개토론회’를 열고 현행 보육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형평성에 맞지 않는 보육료 지원이 영아들을 어린이집으로 몰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만 0∼2세 영아의 어린이집 이용 비용은 전 계층에 최대 월 78만 원까지 지원되는 반면, 양육수당은 저소득층 부모에게만 월 10만∼20만 원이 지원된다.

최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만 0∼2세 영아의 보육시설 이용률은 2009년 50.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덴마크 스웨덴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영아 어머니 취업률은 덴마크는 76.5%, 스웨덴은 72%인 데 비해 한국은 29.9%였다. OECD는 만 2세 미만 영아들은 부모와의 애착 형성을 위해 가능하면 집에서 길러야 하며 시설이용률은 30% 미만이 적정하다고 권고했다.

양민석 서울시 여성가족재단 연구위원은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시간제 보육 확대, 돌봄공동체 지원 등 양육서비스를 다양하게 제공해 부모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을 넓혀야 한다”고 제안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무상교육#어린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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