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이 사람]조선대에 소장도서 기증한 고 신길만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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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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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에서 부쳐온 소포엔 제자 사랑이 듬뿍…

8일 조선대 중앙도서관 정문에 이삿짐을 실어 나르는 2.5t 트럭 1대가 도착했다. 트럭에는 라면상자 크기의 종이상자 150여 개가 실려 있었고 이 안에는 두꺼운 책이 가득 들어 있었다. 이 책들은 2009년 78세 나이로 타계한 재미 경제학자 신길만 박사(사진)가 유족을 통해 기증한 외국도서 2531권이었다. 유족들은 미국 자택에서 유품을 정리하면서 남은 도서를 배편으로 전남 여수로 운송해 왔다. 류찬수 조선대 중앙도서관장은 이날 유족들에게 감사패를 헌정했다.

신 박사의 기증은 2001년에 이어 이번이 다섯 번째다. 고인이 타계하기 전 모든 소장도서를 조선대에 기증하라는 마지막 유언을 실천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가 지금까지 조선대에 기증한 도서는 총 7844권으로, 시가로 7억8000만 원에 달한다.

신 박사가 조선대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98년. 안식년을 맞아 객원교수로 6개월간 머물렀던 그는 2001년 초빙교수로 조선대를 다시 찾았다. 그해에 교수와 학생들이 소중한 학술 연구자료로 활용하길 바란다며 도서를 처음 기증했다. 당시 신 박사는 “이 책이 조선대 학생, 교수 등은 물론 한국 대학의 학술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남 여수 출신인 신 박사는 일본 와세다대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브라운대, 코네티컷대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20년 넘게 미시간 페리스주립대에서 국제경제학과 국제금융학 계량경제학 등을 가르쳤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5·18민주화운동 당시 군부로부터 사형선고를 받았던 것을 계기로 사형제도 반대를 실증적으로 연구, 분석한 ‘사형과 범죄’를 펴내 국내외에 필명을 떨쳤다. 이 책은 미국 대학도서관에서 가장 많이 대출되는 서적 100권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신 박사가 기증한 책은 전공 분야인 경제는 물론이고 물리 화학 생물 의학 등 다양한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대부분이 영어 원서이며 국내에서는 구하기 힘든 전문서적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조선대는 2003년 중앙도서관 3층 인문사회과학자료실 입구에 신길만 코너를 만들어 신 박사 사진 등이 담긴 동판을 내걸었다. 고재복 조선대 학술정보지원팀장은 “도서관에 신 박사의 숭고한 뜻을 기리는 공간을 따로 마련해 유품을 전시하는 방안을 유족과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조선대#신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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