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반구대 암각화 보존방안 놓고 또 마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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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문화재청, 유네스코 전문가 발언 유리하게 해석

울산시와 문화재청이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 보존 방안을 놓고 또다시 마찰을 빚고 있다. 유네스코 전문가의 말을 놓고 양측이 서로 유리한 대로 해석하면서 생긴 일이다.

문제는 지난달 말 미국 케임브리지 시에서 열린 ‘세계 선사 및 고대 예술: 한국 울산 반구대 암각화’를 주제로 한 심포지엄에서 비롯됐다. 울산대 반구대암각화유적보존연구소(소장 전호태 교수)와 하버드대 한국학연구소(소장 김선주 교수) 공동 주최로 열린 이 심포지엄에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 한준희 박사가 울산시를 편드는 듯한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

울산대는 보도자료를 통해 한 박사가 “울산시민의 식수를 확보하기 위해 사연댐 수위를 낮출 수 없다면 물길을 돌려 유적을 보존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세계 각국 문화재의 유네스코 등록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한 박사가 이렇게 발언했다면 울산시는 지원군을 얻은 셈이다. 반구대 암각화는 현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추진하고 있는 문화재다. 암각화 위아래에 제방을 쌓아 물길을 암각화로 흐르지 않게 하면 암각화도 보존하고 식수난도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 울산시가 주장해 온 방안이다. 박맹우 울산시장은 “많은 논란이 있었던 반구대 암각화 보존 문제를 해결할 결정적인 의견”이라며 한 박사 의견을 환영했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은 한 박사의 주장을 울산대와 울산시가 왜곡 해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화재청은 해명자료를 통해 “한 박사는 ‘문화유산을 원래 환경대로 복원할 수 있다면 물길을 돌리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며 “한 박사가 말한 ‘원래 환경’이란 암각화 자체만이 아닌 암각화 주변 자연 지형과 환경을 포괄하는 의미로 문화재청도 이와 같은 생각”이라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울산시 제방 축조 방안은 환경훼손”이라며 사연댐 수위를 암각화 침수 수위(60m) 이하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문가 말을 울산시와 문화재청이 각각 유리하게 해석하는 셈이다. 문화재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한 박사 등 유네스코 전문가들을 초청해 현장을 둘러보게 한 뒤 대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울산시가 주장하는 ‘식수 우선’과 문화재청이 내세우는 ‘문화재 우선’이 양립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 박사도 반구대 암각화 방문에 긍정적인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사시대 바위그림인 반구대 암각화는 지난달 22일부터 지금까지 물속에 잠겨 있다. 암각화가 발견되기 6년 전인 1965년 하류에 사연댐이 축조된 이후 매년 갈수기 3, 4개월을 제외하고는 침수돼 훼손이 빨라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경남#울산#반구대 암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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