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 미꾸라지 중국산이었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수산물 원산지 표시제 첫날 손님 발길 돌려 음식점 울상낙지 등 6종… 7월부터 단속

수산물을 주재료로 하는 음식점에 비상이 걸렸다. 11일부터 넙치(광어) 조피볼락(우럭) 참돔 미꾸라지 뱀장어 낙지 등 6개 수산물이 원산지표시 의무화 대상으로 지정되면서 ‘불편한 진실’을 드러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날 낮 12시 대전 서구 둔산동의 N추어탕집. 보양음식으로 인기 있는 추어탕을 점심으로 먹으려는 손님들이 즐거운 표정으로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벽에 게시된 ‘중국산’이라는 표시를 본 뒤 금세 표정이 달라졌다. 공무원 김모 씨(53)는 “중국산인 줄 미리 알았다면 점심 메뉴를 바꿔 다른 집에 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식당 주인은 겸연쩍은 표정으로 “새 규정 때문에 손님들이 싫어할 걸 알면서도 사실대로 표기했다”며 “씨알이 굵고 구수하지만 중국산에 대한 편견이 강하기 때문에 업종 전환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를 도입한 계기는 지난해 4월 발생한 일본 원전 사고다. 수산물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자 종전 소 돼지 닭 오리 쌀 김치 등 6개 품목에서 수산물 6개 품목으로까지 원산지 표시 의무 대상을 확대한 것. 미꾸라지는 국내 연간 소비량(1만1000t·2009년 통계청) 중 96%를 중국산에 의존하고 있다. 수입량도 갈수록 늘고 있다. 2005년 ‘말라카이트그린 파동’과 2010년 ‘카드뮴 파동’이후 한때 수입이 줄었던 뱀장어와 낙지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6월 말까지 계도기간을 거쳐 7월부터 본격적으로 단속에 나설 예정이다. 이를 어기면 사안에 따라 30만∼90만 원의 과태료 부과, 농림수산식품부 및 자치단체 홈페이지에 업소명 게재, 검찰 고발 등이 뒤따른다.

하지만 이날 대부분의 업소에서는 이 제도의 시행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일부 업소는 계도기간이라는 이유로 원산지를 아예 표시하지 않았다.

서울 종로구 청진동에서 40년 전통을 내세우며 원조 낙지요리 전문점으로 자리매김한 A업소는 국내산 산낙지는 제대로 표시했지만 낙지볶음과 연포탕에는 표시하지 않았다. 강원 춘천시의 한 낙지전문점 주인 한모 씨(47)도 “국내산으로는 고객들이 원하는 가격을 맞출 수 없다. 그동안 손님들이 원산지를 몰랐는데 막상 중국산으로 표시하려니 걱정스럽다”고 했다.

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춘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원산지표시제#수산물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