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0 열린포럼 ‘할 말 있습니다’]<3> 연예인의 꿈, 이상과 현실을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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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만 찾는 기획사들 “스무살이면 늙었다고 퇴짜”
“상품성 입증땐 기회 있어”

《 무대는 좁은데 오르고 싶어 하는 사람은 넘친다. 연예인을 꿈꾸는 사람이 늘면서 대형 연예기획사에는 하루에도 수십 장씩 지원서가 쌓이고,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에는 100만 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린다. 포털 사이트에는 수백 개의 ‘오디션 준비’ 커뮤니티가 인기를 끌고 있다. 주로 10대 아이돌을 배출하는 한국의 연예매니지먼트 시스템은 뛰어난 엔터테이너를 양성해 케이팝(K-pop·한국대중가요)과 한류를 이끄는 원동력이 됐지만 부작용도 적지 않다. 동아일보의 ‘2040 열린 포럼’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연예인의 꿈, 이상과 현실을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을까’를 주제로 열렸다. 케이블채널 M.net의 ‘슈퍼스타K’(슈스케) 시즌1∼3을 연출해 오디션 열풍을 주도한 김용범 PD가 멘토로 나서 발제와 진행을 맡았다. 10대와 20대 연예인 지망생 24명이 참석해 2시간 동안 열띤 토론을 벌였다. 》
○ 가수 되기에 너무 ‘늙은’ 나이, 스무 살

‘여기서만큼은 내가 스타!’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열린 ‘2040 열린 포럼’에 참석한 연예인 지망생들이 Mnet ‘슈퍼스타K’를 연출한 김용범 PD(셋째 줄 왼쪽에서 다섯 번째)와 포즈를 취했다. 참석자들이 “아이가 연예인을 희망하면 도와주겠냐”고 묻자 김 PD는 “아직 미혼이다. 만약 결혼해 아이가 생기면 일단 다양한 경험을 쌓게 하겠다. 여러분에게도 같은 조언을 하고 싶다”고 답변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여기서만큼은 내가 스타!’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열린 ‘2040 열린 포럼’에 참석한 연예인 지망생들이 Mnet ‘슈퍼스타K’를 연출한 김용범 PD(셋째 줄 왼쪽에서 다섯 번째)와 포즈를 취했다. 참석자들이 “아이가 연예인을 희망하면 도와주겠냐”고 묻자 김 PD는 “아직 미혼이다. 만약 결혼해 아이가 생기면 일단 다양한 경험을 쌓게 하겠다. 여러분에게도 같은 조언을 하고 싶다”고 답변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너무 늦게 시작한 것 같아 고민이에요. 엄청나게 재능이 뛰어나거나 아주 예쁘지 않은 이상, 스무 살이 넘으면 아예 기회가 주어지지 않거든요.”

올해 19세인 가수 지망생 권새해 씨(홍익대 세라믹공학과)는 “나이가 많아 초조하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준비를 시작한 권 씨는 연예기획사의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대부분의 기획사가 실력은 조금 떨어지더라도 중학생 정도로 나이가 어린 연습생을 선호한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배우 지망생 이도원 씨(25·백석대 디자인영상학부 휴학)도 나이 때문에 번번이 고배를 마셨던 경험을 고백했다. 그는 “처음에는 좋은 반응을 보였던 기획사들도 나이 얘기를 하면 태도가 달라졌다”며 “나이가 많으면 ‘상품’으로서 가치가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채널A 영상] “男아이돌 평균 몸무게 재밌네. 女아이돌은?”

포럼 참가자들은 대부분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청춘’임에도 나이에 관한 고민이 심각했다. 특히 남자 지망생들의 경우 군대 문제와 변성기 등을 이유로 기획사들의 선호 연령이 더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이러다 보니 “고교생조차 (연예인 되기엔) 너무 늙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김 PD 역시 “음반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대형기획사 소속 아이돌그룹의 영향력이 커지다 보니 기획사의 10대 아이돌 선호가 강해지고 있다”며 “현재 가요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아이돌 발굴에 매몰돼 있는 기형적인 구조”라고 지적했다.

○ 오디션 과외 위해 아르바이트 하기도


연예인 지망생들은 ‘한 살 더 먹기 전에’ 기획사 오디션에 합격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매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보컬과 노래, 춤 등을 배우기 위한 학원비를 비롯해 프로필 사진 준비, 성형수술에 이르기까지 경제적 부담도 만만치 않다.

2년 전부터 연예인이 되기 위해 준비했다는 윤상현 군(18·인천 부흥고)은 “학업에 대한 부담이 크지만 지금까지 준비한 게 아까워서라도 노래와 춤 연습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군은 매일 학교가 끝나면 서울 강남의 학원으로 보컬 수업을 받으러 다니고 있다. 학원에서 수업과 연습이 끝난 뒤 오전 1시가 넘어서야 인천 집으로 돌아온다. 그는 “기본 학원비만 매달 50만 원이 넘는 데다 앞으로 춤도 배워야 하기 때문에 주말에는 학원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 강남의 보컬 및 댄스학원에는 수도권은 물론이고 지방에서 오는 연예인 지망생이 많다. 기획사 오디션 관련 정보와 기회가 많기 때문이다.

연예인 지망생을 대상으로 한 일부 업체의 사기와 횡포에 대한 불만도 많았다. 한 배우 지망생은 “배우 모집 공고를 보고 찾아간 기획사에서 키워줄 테니 연기수업료를 내라고 요구했다”며 경험담을 들려줬다.

○ 꿈과 현실의 간극을 어떻게 메울까


연예기획사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기획사가 원하는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입증해야 한다. 2년 전 가수 준비를 시작한 후 지금까지 오디션을 60∼70번 봤다는 임종경 씨(19·백제예대 연예매니지먼트과)는 “오디션에 합격하려면 기획사가 원하는 색깔에 맞춰야 하는데 같은 기획사라도 매번 필요로 하는 인물이 다르니 거기에 맞추는 것이 고민”이라며 “인기 연예인들을 보면 실력이 없어도 좋은 기획사를 만나면 성공하는 것 같다”고 했다.

어렵게 연예기획사에 들어가더라도 성공을 보장받는 것은 소수일 뿐이다. 연습생 시절 연예기획사의 일방적인 요구에 따라야 한다는 것도 부담이다. 김일곤 씨(19·백제예대 방송연예과 1학년)는 “일상생활 스케줄은 물론이고 식단까지 일일이 간섭을 받아 또래들이 경험하는 것들을 많이 포기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배우를 꿈꾸며 한 연예기획사와 계약을 했지만 이 기획사가 아이돌 가수 데뷔를 권해 그곳을 나왔다. 그는 “꿈을 이루기 위해 감수해야 할 것이 많은데, 한편으론 꿈과 현실을 어떻게 조화시킬지가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김 PD는 “기획사가 아이돌을 상품처럼 찍어내는 현재의 연예계 시스템은 앞으로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슈스케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었던 것은 기획사의 상품이 아닌 기존과 다른 음악, 새로운 것을 원하는 대중의 욕구를 증명한 것”이라며 “더디지만 대중이 좋은 음악을 먼저 찾아주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지망생들은 무엇보다 자신만의 색깔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시류에 관계없이 언젠가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경쟁력”이라고 조언했다.
▼ “실력을 갖춰라, 언젠가 팬이 찾아온다” ▼
■ 멘토 ‘슈스케’ 김용범PD


오디션 열풍의 시대다. 내가 오디션 프로그램을 처음 만들자고 했을 때 낙관하는 사람이 없었다. 아무리 화려한 라인업의 가수들이 나와도 전국 시청률 2%를 넘기기 힘들었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슈퍼스타K 1은 계열사 지원으로 겨우 만들었을 정도였다. 그런데 첫 방송에서 2.5%가 나왔다.

오디션 열풍은 현재 가요계 현실과 맞닿아 있다. 오디션에 가수 지망생의 수요가 몰리는 현상은 기존 체제에서는 신인이 노래할 수 있는 가요시장이 사실상 사라졌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현재 가요계 구조는 기형적이다. 3대 대형 기획사가 찾는 가수 지망생의 연령대는 정확히 중학생이다. 걸그룹의 포화 속에서 특히 보이밴드에 대한 수요가 많다.

20대 지망생도 많은데 왜 중학생만 찾는지 기획사 쪽에 물어본 일이 있다. 군대 문제도 해결하고 여러 트레이닝을 거치면 곧 20대 후반이 되기 때문에 인기를 끌기 힘들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결국 아이돌밖에 안 되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런 구조는 디지털 음원이 대세가 되면서 더욱 심해졌다. 나는 1990년대가 ‘가요계의 르네상스’였다고 본다. 록과 발라드, 댄스 등 모든 장르가 고루 인기 있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음악 시장이 음원을 내려받아 즐기는 시장으로 가면서 가요 트렌드도 바뀌었다. 음반만으론 수익을 내기 힘들어졌다. 아이돌그룹을 만들어낼 수 있는 대형 매니지먼트사 중심으로 가요계의 무게중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대형 기획사가 중학생만 찾고 있으니 실력 있고 미래가 창창한 20대 이상 지망생들의 ‘고초’가 심하다. 이들에게 오디션 프로그램이 창을 열어줬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아이돌이 아닌 다른 음악을 듣길 원하는 소비자들이 오디션 프로그램을 찾는 듯하다.

한때는 연예종사자를 ‘딴따라’라고 불렀다. 하지만 이런 시선은 달라졌다. 부모들도 연예인을 선호하는 직업으로 꼽을 정도다. 하지만 막상 연예계에 들어오면 녹록지 않은 현실에 부닥친다. 블루오션이기도 하지만 잘될 수 있는 사람만 잘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신인 기획사에서 CD를 한아름 들고 방송사를 찾아오지만 실제로 방송을 탈 수 있는 사람은 소수다. 신인에게 기회를 주자는 PD도 있지만 인기가 많은 가수를 우선해 고르는 PD가 많다.

가요계는 음악에 대한 사랑이 없으면 뛰어들기 힘들다. 동시에 음악을 사랑하면 남을 수 있는 곳이다. 가수 이승철이 허각에게 ‘복근 훈련만 열심히 하지 말고 콘서트 열심히 해서 실력 있는 가수가 돼라’고 말한 적이 있다. 가수 김동률은 방송에 나오지 않지만 좋은 음악만으로 사랑받고 있다. 연기 분야도 크게 다를 게 없다. 좋은 음악, 좋은 연기를 하면 언젠가 팬들이 찾아온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을 이룰 수 있는 끈기와 실력을 갖추고 더 멀리, 넓게 생각하기를 바란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포럼 참석자 명단 ::


▽멘토

김용범 M.net 프로듀서(37)

▽연예인 지망생

고동범 대학입시 준비(19)
권새해 홍익대 세라믹공학과 휴학(19)
권태준 대학입시 준비(19)
김누리 대불대 실용음악과(19)
김대훈 백제예대 연예매니지먼트과(19)
김 별 서울 문현고(16)
김소현 서울 문현고(17)
김일곤 백제예대 방송연예과(19)
김재익 백제예대 연예매니지먼트과(19)
김하경 고교 휴학(16)
김현준 대학입시 준비(19)
김희현 대학입시 준비(18)
박소희 경기 용인 서원고(18)
방준희 경기 안산 고잔고(18)
심재민 대학입시 준비(19)
윤상현 인천 부흥고(18)
윤현준 대불대 뮤지컬과(19)
이도원 백석대 디자인영상학부 휴학(25)
이유정 서울 진선여고(15)
이지윤 경기 성남 수내고(18)
임종경 백제예대 연예매니지먼트과(19)
전태국 서울 서서울생활과학고(17)
주성민 동아방송대 음향제작과(19)
최인재 백제예대 연예매니지먼트과(22)

※다음 회 열린 포럼의 주제는 ‘대학 졸업예정자 또는 최근 졸업자들이 느낀 취업의 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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