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지원금, 스카우트비 젖줄?… 대학농구 감독 10명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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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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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檢, 감사원과 별도 수사… 19일 정규리그 앞두고 뒤숭숭

대학 운동부 스카우트 비리의 악순환은 끊어질 것인가. 검찰이 최근 대학 농구부와 배구부의 고교 우수선수 영입을 둘러싼 검은돈 의혹에 대해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16일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2부(부장 한동영)는 전현직 대학 농구, 배구 감독뿐 아니라 고교 농구부 감독들까지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농구연맹 박건연 전무는 “대학농구 1부 리그 12개 팀 가운데 10개 학교가 조사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이 감독들 중에는 모 대학 사령탑을 거쳐 현재 유명 프로농구팀 현역 감독 김모 씨도 포함됐다. 검찰은 김 씨가 대학 지휘봉을 잡던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받은 한국농구연맹(KBL)의 지원금 중 일부를 유망주에 대한 사전 스카우트 비용으로 빼돌린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김 씨는 “4시간 정도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았다. 대학 감독 시절 선수 스카우트와 비용 처리 과정 등을 확인받았다”고 말했다.

검찰은 감독들이 기금을 스카우트비로 전용하거나 개인적으로 유용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감사원 감사와는 별도로 내사를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부 감독은 특급 선수를 받으면서 같은 학교의 기량이 떨어지는 선수 몇 명을 함께 선발해주는 이른바 끼워팔기 식 ‘다키아와세’ 관행으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도 있다.

대학 배구의 경우 전현직 감독 4명이 15일 조사를 받았다. 이 중에도 현직 프로팀 감독이 포함돼 있다.

검찰의 수사는 감사원의 대학 운동부 스카우트 감사에 따른 후속 조치로 이뤄졌다. 지난달 1일 감사원은 수도권 9개 대학을 감사한 결과 지난 5년 동안 5개 종목 72명의 선수를 사전 선발했으며 29억 원을 썼다고 발표했다.

수시모집 이전에 유망주를 미리 선발하는 사전 스카우트는 2000년 이후 전면 금지됐으나 그동안 은밀히 진행됐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스포츠토토 판매 수익으로 발생한 KBL의 지원금은 신인 드래프트에서 선수를 선발한 구단이 해당 대학에 전달한다. 지원금 전체 규모는 연간 10억 원을 웃도는데 학교마다 많게는 2억 원이 넘고 프로팀에 선수를 못 보낸 학교도 3000만 원 안팎을 받는다. 지원금은 훈련과 선수 육성 등에만 쓰도록 돼 있지만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스카우트 비용 마련을 위한 지원금 세탁 목적으로 장기 해외 전지훈련을 떠난다는 의혹까지 돌았다.

대학 농구는 19일부터 2012시즌 정규리그를 개막한다. 대학 배구도 29일 전국춘계대회를 앞두고 있지만 뒤숭숭한 분위기에서 관계자들은 사태 추이를 주목하고 있다. 한 원로 농구인은 “성적에 목을 매다 보니 스카우트 경쟁이 과열됐다. 선수들도 무리하게 고액의 몸값을 요구하는 게 현실이다. 관행처럼 여겨진 스카우트 비리가 개선되는 계기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검찰 관계자는 “소환된 감독들은 모두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를 받은 것이고 승부조작과는 관련이 없다”며 “조사 결과에 따라 사법 처리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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