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어린이집 늘려야 재선” 구청장들 몸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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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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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25개구 중 23곳 확충

서울 각 자치구의 어린이집 설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어린이집 신축 비용을 절약하기 위한 자치구별 아이디어도 쏟아지고 있다. 서초구가 절약 아이디어의 하나로 반포4동 주민센터 안에 만든 반포서래 어린이집에서 13일 오전 어린이들이 놀고 있다. 서초구 제공
서울 각 자치구의 어린이집 설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어린이집 신축 비용을 절약하기 위한 자치구별 아이디어도 쏟아지고 있다. 서초구가 절약 아이디어의 하나로 반포4동 주민센터 안에 만든 반포서래 어린이집에서 13일 오전 어린이들이 놀고 있다. 서초구 제공
“요즘 민원 1순위는 어린이집이라니까요.” “구청장끼리 모이면 보육 문제를 해결해야 재선한다는 얘기가 꼭 나오죠.”

서울시내 구청장들의 이 같은 언급을 반영하듯 자치구 간 어린이집 신설 경쟁이 치열하다. 지역주민의 관심이 삶의 질로 옮겨감에 따라 구청장의 주력 사업이 바뀐 덕분이다. 과거 ‘뉴타운 지정’처럼 ‘성장’을 공약으로 앞세우던 것과 달리 요즘은 구립 어린이집 확충 같은 ‘복지’가 대세다.

올해부터 보육료 지원 대상이 대폭 늘어나면서 믿고 맡길 만한 어린이집에 대한 수요는 더욱 늘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구립 어린이집 대기자는 약 10만 명으로 입소 신청 후 평균 1∼3년을 대기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동아일보가 25개 자치구를 조사한 결과 민선 5기 구청장이 취임한 이후 23개 자치구에서 적게는 1곳에서 많게는 7곳까지 어린이집이 늘었다.

○ 어린이집 싸게 짓기 아이디어 경쟁


땅값 비싼 서울에서 구립 어린이집을 지으려면 용지 매입부터 건립까지 보통 수십억 원이 든다. 게다가 구립 어린이집 운영비를 정부가 20∼50% 부담해야 한다. 이 때문에 구가 단독으로 어린이집을 신축하기 어려웠다.

어린이집 신축 비용을 절약하기 위한 아이디어가 쏟아지는 배경이다. 주민센터를 신축할 때 어린이집 공간을 확보하는 것은 기본. 서초구는 3월 반포4동 주민센터를 재건축하면서 ‘반포서래 어린이집’을 열었다. 관악구는 내년에 문을 여는 남현동 주민센터 1층에 구립 어린이집이 함께 들어선다. 성북구 새날 어린이집은 종암동 주민센터가 이전하면서 빈 청사를 리모델링했다.

아파트단지 내 공간을 무상 임차하는 방법도 있다. 성동구는 1억2000만 원을 들여 구립 행당 푸르지오 어린이집을 세웠다. 행당 푸르지오 입주자 대표회의와 협의해 주민공동시설을 무상 임차했다. 용산구 역시 지난해 7월 1억5000만 원을 들여 서빙고 어린이집을 열었다. 역시 용산 푸르지오 아파트 관리동을 50명 규모의 어린이집으로 리모델링한 것이다.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기 전에 미리 어린이집 공간을 확보하기도 한다. 구로구는 천왕 이펜하우스 1∼6단지에 한 곳씩 모두 6곳의 어린이집을 열었다. 주민 입주가 시작되면 소음 등의 이유로 어린이집 입주에 대한 반대가 많은 만큼 입주 전에 동의를 얻는 방식을 사용했다. 이성 구로구청장은 “보육이 보통 사람들의 관심사인 것 같다. 어린이집이 새로 생긴 곳의 주민 구정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 “우리 어린이집으로 오세요”


구립 어린이집 간 보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시도도 다양하다.

강남구는 지난해 38곳 구립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석면 사용 실태 전수조사를 했다. 구는 최근 석면이 사용된 어린이집 13곳의 벽면과 천장을 비롯해 석면 자재가 사용된 시설과 물품을 모두 철거한 뒤 친환경 자재로 바꿨다. 송파구 구립 가락본동 어린이집은 아토피 없는 어린이집으로 유명하다. 친환경 건축자재를 사용하고 인근 오금공원에서 숲 체험을 한다. 24시간 보육, 영아 전담보육 등 보육시간을 차별화해 맞벌이 부부의 욕구에 부응하는 어린이집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서울시가 2014년까지 국공립 어린이집 280곳을 확충하겠다는 계획을 세움에 따라 자치구별 어린이집 신설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달 자치구를 대상으로 구립 어린이집 사업 신청을 받은 결과 모두 36곳이었다”며 “신청이 밀려들어 4월에도 심사할 예정이어서 280곳 신설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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