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대 검찰총장 “검사는 오만하기 쉬운 자리… 초임 1만시간 노력에 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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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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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 된 한상대 검찰총장, 신임검사와 조언의 시간

한상대 검찰총장(가운데)이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서리골공원에서 신임 황수희(왼쪽) 김경년 검사(오른쪽)와 대화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한상대 검찰총장(가운데)이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서리골공원에서 신임 황수희(왼쪽) 김경년 검사(오른쪽)와 대화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할지 초임검사 시절 일복이 참 많았어. 매달 7, 8건씩 살인사건을 맡아 현장을 뛰어다녔으니까. 시신 부검도 빼놓지 않고 직접 챙겼지. 말이 없는 시신 대신 증거로만 실체를 밝혀내야 하는 살인사건은 초임 검사에게 훌륭한 교재가 돼.”

시작한 지 3주된 신임 검사들과 30여 년 앞서 검사의 길을 걸어온 대선배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걷는다. 선배의 조언을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후배들의 눈이 반짝인다.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서 한상대 검찰총장과 올해 임관한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 김경년 검사(30), 서울북부지검 형사3부 황수희 검사(29·여)가 멘토와 멘티로서 처음 만났다. 대검찰청은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올해부터 신임 검사들의 인성교육을 강화하기로 했다. 선배 검사가 품성과 수사업무를 가르치는 ‘듀얼 멘토링’ 제도를 실시한다. 직접 멘토로 나선 한 총장은 이날 신임 검사들과 인근 공원을 산책하고 점심식사를 하며 선배로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한 총장은 맬컴 글래드웰이 저서 ‘아웃라이어’에서 소개한 ‘1만 시간의 법칙’을 들어 초임 검사 시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법칙은 각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비결을 분석해 보니 재능이나 주어진 환경이 아닌 1만 시간 이상의 꾸준한 노력이었다는 내용이다. 한 총장은 “소극적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일만 하지 않고 선배들의 수사기록이나 자료를 찾아보며 1만 시간을 빨리 채워야 검사로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며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3학년’이라고 하는 세 번째 부임지에서부터 실력이 드러나게 된다”고 말했다. 신임 검사들은 한 총장의 생생한 초년병 시절 이야기에 눈을 반짝였다. 한 총장은 두 번째 부임지였던 대전지검 천안지청에서 맡았던 1986년 독립기념관 부실시공 화재사건 때의 경험담을 들려줬다.

“화재현장을 열댓 번 찾았지. 사다리를 타고 불에 탄 기념관 지붕에 올라가 구석구석 살펴본 게 공소를 유지할 때 큰 도움이 됐어.”

한 총장은 좋은 수사의 요건과 검사로서 갖춰야 할 덕목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한 총장은 “수사는 세 가지 조건이 ‘삼위일체’로 갖춰졌을 때 진실을 밝혀낼 수 있다”며 “좋은 수사 아이템(주제)을 찾아야 하고 진실을 밝혀내겠다는 집념뿐만 아니라 운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검사는 법률가로서 전문성과 문제해결 능력, 세상을 바르게 이끌겠다는 지향점을 갖춰야 한다”며 “사건이 복잡해진 만큼 팀으로 수사하는 경우가 많아져 팀워크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검사는 “총장님이 멘토라 긴장했는데 까마득한 후배를 소탈하고 인간적으로 대해주는 모습에 검사로서 갖춰야 할 인간성과 자질이 무엇인지 직접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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