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세계조리사대회 ‘다 된 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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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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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여 준비해온 행사
D-50 동네잔치 우려

이 많은 셰프들 올텐데… 대전시가 세계조리사대회 개막 50일을 앞두고 총체적인 난맥을 드러내고 있다. 사진은 2010년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린 제34차 세계조리사연맹총회 장면. 산티아고=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이 많은 셰프들 올텐데… 대전시가 세계조리사대회 개막 50일을 앞두고 총체적인 난맥을 드러내고 있다. 사진은 2010년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린 제34차 세계조리사연맹총회 장면. 산티아고=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대전시가 2008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유치해온 세계조리사대회가 3년여에 걸친 준비에도 불구하고 개막 50일을 앞두고 총체적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다. 홍보 부족과 행사 콘텐츠 부재 등으로 대전시민까지 외면해 ‘동네잔치’가 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 조리사대회가 뭐야?

5월 1일부터 12일까지 대전에서 열리는 이 대회는 ‘요리 불모지’인 대전의 인식을 바꿔 지역경제 발전을 꾀하고 정부의 한식 세계화 시책에도 맞아 큰 관심을 끌어왔다. 대전시는 행사 기간에 외국 유명 조리사와 식자재 바이어 등 1만 명, 국내 관련자 2만 명, 일반 관람객 등 35만 명을 유치하겠다는 계획 아래 공무원 30여 명으로 별도 조직위원회까지 출범시켰다. 예산도 국비와 시비, 기업체 후원금, 참가자 등록비를 포함해 100억 원가량 편성해 1993년 대전엑스포 이후 단일 행사로는 최대 규모로 준비해왔다.

하지만 행사 50일을 앞둔 현재까지 시민들의 반응은 차갑다. 11일 조직위에 따르면 이번 대회는 세계조리사연맹(WACS)총회, 경연, 전시, 문화행사 등 4개 분야로 열린다. 이 중 전시 분야는 식자재 관련 국내외 기업체 80여 곳이 참가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재까지 한두 개 업체를 제외하곤 참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대전지역의 업체까지도 외면하고 있다. 국내 유수의 한 식품 관련 회사 관계자는 “조직위 관계자가 한두 번 찾아왔을 뿐 다른 곳에서 대회에 대한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행사의 콘텐츠조차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 홍보전략 전면 수정 필요

이유는 홍보전략의 부재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조직위는 전체 예산 중 7억 원을 홍보비로 편성했으나 대전시내를 중심으로 입간판과 현수막 설치에 집중한 나머지 전문가를 타깃으로 한 전략홍보는 제대로 하지 못해 ‘우물 안 홍보’라는 지적이 있다. 최근에는 모 방송 드라마의 두 차례 간접광고에 4500만 원, 예능프로그램에 1억 원을 편성했지만 효과가 없어 예산낭비라는 말까지 나온다.

콘텐츠 설정에도 실패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 대회는 아시아에서 세 번째로 열리는 세계 유명조리사 모임의 각국 순회 총회(제35차)여서 대전시는 이를 계기로 다양한 조리 관련 행사도 열어 흥행시킬 계획이었다. 하지만 1년 전부터 ‘대전세계조리사대회’라는 표현이 ‘조리사들만의 잔치’라는 지적이 있어 ‘대전 세계요리 올림픽’ 등 대안 문구가 제시됐다. 또 캐치프레이즈인 ‘한국인의 손맛, 세계인의 입맛’이라는 표현도 모호해 ‘한국인의 손맛으로, 세계인의 입맛을’이라는 구체적 문구까지 전문가들이 제시했으나 조직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내외 기업은 물론이고 ‘스타 셰프’를 꿈꾸는 조리학도들조차 대회를 외면하자 대전시는 실국별로 기업체 유치할당제까지 검토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대회의 한 자문위원(대학교수)은 “홍보전략 부족으로 국내외 기업체를 참가시키는 데 실패하고 시민들로부터도 호응을 얻지 못한 것 같다”며 “지금부터라도 정확한 타깃을 설정한 전략적 홍보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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