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군기지 본격 착공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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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꽝” 제주기지 6차례 발파작업
“꽝” 중앙정부-지방정부 충돌… “꽝” 시위대-경찰 곳곳 실랑이

정부가 제주도와 진보단체들의 반대에도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 건설 공사를 7일 강행했다.

해군기지 시공사 측은 이날 해군기지 공사현장 서쪽에서 암반 발파작업을 했다. 이번 암반 발파는 해군기지 방파제 건설을 위한 ‘신호탄’이다. 그동안 기초공사를 벌였다면 이번 발파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항만건설 공사에 돌입한 것이다.

이날 발파작업을 막기 위해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강정마을 주민들과 시민단체 회원 등 100여 명이 공사현장 정문과 강정포구 등에서 거세게 항의했다. 일부는 경찰의 포위망을 뚫고 발파현장 주변까지 들어가 항의시위를 했고 해상에서는 카약을 타고 수차례에 걸쳐 진입을 시도하다 해경의 제지로 무산됐다.

15만 t 크루즈 선박 2척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는지 시뮬레이션을 다시 하자며 공사 보류를 요청해 온 제주도는 방파제 공사를 위한 해안 매립공사 중지 명령을 하기에 앞서 해군 측에 청문 절차에 응하라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 6차례에 걸친 발파 작업 강행


7일 오전 11시 20분. 강정포구에서 동쪽으로 400여 m, 해안에서 100여 m 떨어진 해군기지 2공구 공사구역에서 하얀 연기가 솟아올랐다. 암반 발파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예상과는 달리 폭발음은 거의 들리지 않아 발파가 이뤄졌는지조차 가늠하기 힘들었다. 오후 발파 때에야 흙먼지가 솟구치면서 발파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발파지역은 해군기지 반대단체 등이 예상했던 ‘구럼비 해안’에서 400m가량 떨어진 곳이었다.

시공사 측은 4.5m의 깊이로 구멍을 뚫어 화약을 넣은 뒤 모래로 덮어 폭발음을 최소화했다. 발파현장 주변은 3m 높이의 가림막이 쳐졌다. 발파현장을 지켜본 강정마을 한 어민(48)은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바위 파편이 튈 것으로 예상했는데 너무나 조용했다”며 “이 정도면 해녀들의 물질에도 전혀 영향을 주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시공사 측은 이날 모두 6차례에 걸쳐 112개 공에서 발파작업을 했다. 방파제를 구성하는 케이슨(바닷물이 오가도록 만든 대형 콘크리트구조물) 제작장을 만들기 위해 암반을 제거하는 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앞으로 3개월 동안 발파작업을 벌여 해안가 암반을 걷어낸다.

○ 주민과 제주도는 강력 반발

시위대 카약 타고 해안 접근 시도 제주해군기지 건설현장에서 본격적인 항만공사가 시작된 가운데 해군기지 반대단체 회원 등이 암반 발파를 막기 위해 카약(점선 안)을 타고 해안으로 진입을 시도하다 해경의 제지를 받았다. 서귀포=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시위대 카약 타고 해안 접근 시도 제주해군기지 건설현장에서 본격적인 항만공사가 시작된 가운데 해군기지 반대단체 회원 등이 암반 발파를 막기 위해 카약(점선 안)을 타고 해안으로 진입을 시도하다 해경의 제지를 받았다. 서귀포=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발파작업이 알려지자 강정마을 일부 주민들과 반대 시민단체 회원 등 100여 명은 곳곳에서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며 거세게 항의했다. 화약 운반을 막기 위해 차량을 도로 한가운데 세우고 공사현장 정문 앞에서 농성을 벌였다. 경찰은 이날 공사현장 주변에서 20여 명을 연행하거나 격리 조치했다.

제주도는 공유수면매립 공사중지 명령을 위한 청문절차에 돌입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충돌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제주도는 이날 해군에 공문을 보내 ‘청문회를 20일 연다’고 통보했다. 정부가 해군기지 항만 내 서쪽 돌출형 부두를 고정식에서 가변식으로 바꾸겠다고 밝힌 것이 공유수면매립공사 실시계획 변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15만 t급 크루즈 선박 2척 접안 가능성에 대한 명확한 판단이 나오지 않아 ‘공사중지 행정처분’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제주도의 입장이다.

하지만 국방부는 제주지사가 공사중지 명령을 내릴 경우 국토해양부와 협조해 이를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국방부 당국자는 “국토부 소관이었던 공유수면 매립공사 허가·취소권은 지난해 9월 제주도가 특별자치구가 되면서 그 권한이 국토부 장관에서 제주지사로 넘어간 것”이라며 “지방자치법에 따라 지자체장이 법령에 위반되거나 공익을 해친다고 인정되면 허가취소 등 시정명령을 내리거나 정지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대응하려 한다”고 말했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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