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경북 안동시 도산면 도산서원. 퇴계 이황을 기리는 춘계 향사(享祀)에 특별 초청된 공자 79대 종손 쿵추이창(孔垂長·37·대만 대통령 국책고문) 씨는 초헌관 역할을 정중히 사양했다. 공자의 고향인 산둥(山東) 성 취푸(曲阜)의 공묘(孔廟)에 가본 적이 없는 상태에서 공자의 후학인 퇴계의 위패 앞에 술을 따르는 것은 예가 아니라는 뜻이었다.
공자 종손이 초헌관(初獻官)을 맡는 역사적 모습을 기대했던 도산서원 운영위원회는 6일 안동에 온 쿵 씨의 이 같은 말을 듣고 당황하면서 초헌관을 운영위가 맡도록 했다. 쿵 씨는 술 대신 부인과 함께 퇴계 위패를 모신 상덕사 앞에서 간략하게 예를 갖추는 것으로 대신했다. 아헌관(亞獻官)은 맹자의 76대 종손 멍링지(孟令繼·34), 종헌관은 타이베이(臺北) 시 민정국장 겸 공묘관리위원회 주임위원인 황뤼진루(黃呂錦茹·63·여) 씨가 예정대로 맡았다.
쿵 씨는 향사가 끝난 뒤 “퇴계 선생과 도산서원은 어릴 때부터 들어서 알고 있지만 퇴계의 학문적 업적에 대해서는 자세히 몰라 죄송스럽다”며 “도산서원의 풍경과 분위기가 굉장히 인상적이어서 소중한 경험이 됐다”고 말했다. 쿵 씨 일행 18명은 향사에 앞서 퇴계의 ‘성학십도’(聖學十圖·퇴계가 17세에 즉위한 선조 임금을 위해 유학의 핵심을 10개 그림으로 만든 그림책) 탁본 체험을 했다. 또 8일 안동시청에서 안동지역 대표 종가의 종손 등 70여 명과 문중 결연을 할 예정이다. 이어 하회마을에 있는 충효당(서애 류성룡 종택) 등을 둘러보고 9일 출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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