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 제사 찾은 공자 종손 “잔을 올릴 수는…”

  • Array
  • 입력 2012년 3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대만에 살아 中공묘 못가봐
“할아버지께 술 못따랐는데 후학에 먼저 하는 건 결례”

공자 79대 종손 쿵추이창 씨(오른쪽) 부부가 7일 퇴계 이황의 위패를 모신 도산서원 상덕사에서 예를 갖추고 있다. 안동시 제공
공자 79대 종손 쿵추이창 씨(오른쪽) 부부가 7일 퇴계 이황의 위패를 모신 도산서원 상덕사에서 예를 갖추고 있다. 안동시 제공
“아직 공자 할아버지께도 술을 올리지 못했는데 퇴계 선생께 올리기가 좀….”

7일 오전 경북 안동시 도산면 도산서원. 퇴계 이황을 기리는 춘계 향사(享祀)에 특별 초청된 공자 79대 종손 쿵추이창(孔垂長·37·대만 대통령 국책고문) 씨는 초헌관 역할을 정중히 사양했다. 공자의 고향인 산둥(山東) 성 취푸(曲阜)의 공묘(孔廟)에 가본 적이 없는 상태에서 공자의 후학인 퇴계의 위패 앞에 술을 따르는 것은 예가 아니라는 뜻이었다.

공자 종손이 초헌관(初獻官)을 맡는 역사적 모습을 기대했던 도산서원 운영위원회는 6일 안동에 온 쿵 씨의 이 같은 말을 듣고 당황하면서 초헌관을 운영위가 맡도록 했다. 쿵 씨는 술 대신 부인과 함께 퇴계 위패를 모신 상덕사 앞에서 간략하게 예를 갖추는 것으로 대신했다. 아헌관(亞獻官)은 맹자의 76대 종손 멍링지(孟令繼·34), 종헌관은 타이베이(臺北) 시 민정국장 겸 공묘관리위원회 주임위원인 황뤼진루(黃呂錦茹·63·여) 씨가 예정대로 맡았다.

쿵 씨는 향사가 끝난 뒤 “퇴계 선생과 도산서원은 어릴 때부터 들어서 알고 있지만 퇴계의 학문적 업적에 대해서는 자세히 몰라 죄송스럽다”며 “도산서원의 풍경과 분위기가 굉장히 인상적이어서 소중한 경험이 됐다”고 말했다. 쿵 씨 일행 18명은 향사에 앞서 퇴계의 ‘성학십도’(聖學十圖·퇴계가 17세에 즉위한 선조 임금을 위해 유학의 핵심을 10개 그림으로 만든 그림책) 탁본 체험을 했다. 또 8일 안동시청에서 안동지역 대표 종가의 종손 등 70여 명과 문중 결연을 할 예정이다. 이어 하회마을에 있는 충효당(서애 류성룡 종택) 등을 둘러보고 9일 출국한다.

안동=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