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이런 교과서… ‘펴야’할까요 ‘켜야’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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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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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문장으로 배우는 ‘다양한 우리말 표현’

교실에서 종이 교과서가 사라질까. 태블릿PC가 종이 교과서를 대체한다면 그땐 교과서를 ‘편다’고 해야 할까, ‘켠다’고 해야 할까. 사진은 아이패드로 태양계 구조를 찾아보는 모습.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교실에서 종이 교과서가 사라질까. 태블릿PC가 종이 교과서를 대체한다면 그땐 교과서를 ‘편다’고 해야 할까, ‘켠다’고 해야 할까. 사진은 아이패드로 태양계 구조를 찾아보는 모습.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수업시간이 되면 학생들은 심드렁합니다. 쉬는 시간에 즐겁게 놀다가도 교실에 들어가면 답답함을 느끼는 겁니다. 국어수업도 마찬가지입니다. 내용이 어려워서 그럴까요? 읽다가 모르는 낱말에 표시하라고 하니까 책이 까맣게 변할 정도네요.

국어사전을 펼쳐보라고 했더니 모두 꺼내봅니다. 국어사전이 제각각입니다. 저걸 어떻게 갖고 왔을까 싶은 큰 사전에서부터 손바닥 크기의 국어사전까지 다양합니다.

평소에 자주 쓰지 않아서 그런지 사전을 넘기면서 단어를 찾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표정입니다. 참다못한 어느 학생이 용감하게 손을 들고 말합니다. “휴대전화로 찾아도 되나요?” 허락했더니 ‘얼씨구나’ 하는 표정으로 휴대전화를 꺼냅니다. 국어사전을 펼 때보다 표정이 훨씬 밝아졌습니다. 동아일보 1월 21일자 A1면에 ‘아이패드 교과서, 교실 스마트혁명’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나옵니다.

동아일보 1월 21일자 A1면.
동아일보 1월 21일자 A1면.
<“시장의 예상대로 이날 출시된 제품은 잡스가 숨지기 직전까지 강한 애착을 갖고 추진한 디지털 교과서 ‘아이북스2(ibooks 2)’였다.

잡스는 그의 전기에서 “디지털 교과서 때문에 기존 종이 교과서는 설 땅을 잃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아직은 종이 교과서를 대체할 수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오전 10시 애플의 월드와이드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필립 실러 부사장이 무대에 등장했다. 그의 등 뒤로 ‘교과서의 재창조(Reinventing the textbook)’라는 제목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는 “기존의 어떤 종이 교과서도 우리를 따라올 순 없다. 우리는 아이패드로 완전히 새로운 교과서를 만들었다”고 선언했다.>

이 내용을 토대로 다음 질문에 답을 써 보세요. 첫째, 우리가 보는 책은 편다(?) 또는 켠다(?), 어느 쪽이 맞을까요? 종이책을 읽는다면 편다는 표현이 맞겠지만 스마트폰으로 전자책을 읽는다면 켠다는 표현도 틀리지 않겠죠?

둘째, 우리나라도 2015년도부터는 태블릿 PC로 수업을 한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책을 보는 걸까요, 아니면 읽는 걸까요? 컴퓨터로 책을 읽는 사람을 종이책을 읽는 사람처럼 독자(reader)라고 불러도 될까요?

종이책이든 전자책이든, 종이신문이든 전자신문이든 공통점은 무엇인가를 ‘본다’는 겁니다. ‘보다’라는 행위가 같다는 뜻입니다. 신문을 읽는 일도 따지고 보면 신문을 눈으로 보는 거죠. 우리 주변에는 이처럼 눈으로 보는 행위와 읽는 행위가 연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광고 보기, 만화 보기, 포스터 보기, 인터넷 보기, 간판 보기….

눈으로 보는 행위를 뜻하는 한자가 여러 가지 있습니다. 視(시) 見(견) 看(간) 覽(람) 察(찰) 觀(관) 같은 단어가 대표적입니다. 우리말에는 이런 단어가 얼마나 될까요? 놀라지 마세요, 무려 27가지라고 합니다(김수업 ‘우리말은 서럽다’).

한국 사람은 27가지 방식으로 세상을 보는 셈이네요. 크게 세가지로 나눠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보는 눈이나 마음의 높낮이에 따라:
내다보다, 들여다보다, 넘어다보다, 넘겨다보다, 바라보다, 굽어보다, 쳐다보다, 모두보다, 우러러보다, 낮춰보다, 깔보다.

②보는 이의 마음가짐에 따라:

돌보다, 엿보다, 노려보다, 쏘아보다, 흘려보다, 째려보다.

③겉모습에 감추어진 속살까지 보는 경우:

거들떠보다. 훑어보다, 눈여겨보다, 샅샅이 보다, 뜯어보다, 따져보다, 헤아려보다. 알아보다, 뚫어보다, 꿰뚫어보다.

자, 그럼 먼저 다음의 괄호 안에 들어갈 적절한 표현을 골라서 써보세요. 모두 동아일보 기사에 나온 문장입니다.

①이 양은 엄마가 잠시 외출한 사이 베란다 문을 열고 밖을 ( ) 추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 양이 나무에 떨어져 목숨을 건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②지나가는 길 왼쪽에 살찐 고양이 두 마리가 자고 있는 창문이 보였다. 고양이를 ( ) 고개를 들었는데 옆으로 누워 있는 ‘이발소 삼색기둥’이 눈에 들어왔다.

③28세 그녀, 7대륙 최고봉을 ( ).

④A 씨는 “뭐하는 짓인가 어이없어 ( ) 소리를 질러 불러 세웠지만 마침 차가 들어오는 중이었기에 땅에 떨어진 프린트물만 주워들고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⑤신대륙을 ( ) 대대적 공세에 숨 가빴던 유럽. 탱탱은 유럽 만화를 구해낼 구원투수이자 잔 다르크였다.

⑥펜싱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기술은 소설 ‘삼총사’의 기사들이 서로를 ( ) 순간 팔을 뻗어 상대에게 검을 찌르는 동작과 유사한 팡트(fente)나 멀리서 달려와 상대를 찌르는 플레슈(fleche) 동작이다.

⑦‘칸다하르의 왕’처럼 군림하던 아메드는 인근에서 멜론을 재배하던 청년 농부 사다르 무함마드를 ( ) 심복으로 삼았다.

⑧이리저리 ( ) 심지어 제주 현지에서 자전거를 빌리는 방법까지 고려했으나 몸에 맞지 않는 대여용 자전거로 200km 넘게 달리게 되었다.

⑨그 영화. 결론은 인간 심리를 ( )라고 말할 수 있다.

⑩당시에 내가 애타는 마음으로 불안하게 바라보았던 곳과 그네가 나의 등 뒤에서 ( ) 곳은 세계의 어느 방향으로 가는 길 이었을까. 정답률? 말하기 부끄럽다.
여러분은 신문을 어떤 방식으로 보나요. 위의 세 가지 방식으로 해보세요. 예를 들어 사설을 넘겨다보는 것과 뜯어보는 것은 다르겠죠. 넘겨다보는 것은 어깨 너머로 대충 보는 것이고, 뜯어본다는 것은 내용을 꼼꼼히 분석하며 보는 것입니다.

같은 기사라도 보는 사람의 위치, 지위나 직업, 가치관에 따라 색다르게 다가올 겁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각자의 의견을 이야기하는 토론이나 토의가 가능합니다.

우리가 눈을 돌려서 신문을 보는 순간, 머릿속의 지식과 경험이 재빠르게 움직입니다. 세상을 샅샅이 볼 수도, 따져볼 수도 있게 하는 신기한 물건과도 같습니다. 이제부터는 좀 더 자세히 보는 습관을 키우세요.

이정균 경기 화정초등학교 수석교사
이정균 경기 화정초등학교 수석교사
처음에 드린 질문의 답은 무엇일까요. 책을 켠다? 아니면 책을 편다? 여러분의 대답은 무엇인가요. 참, 괄호 안에 들어갈 10개의 표현은 다음과 같습니다.

정답: ①내다보다 ②들여다보다 ③굽어보다 ④쳐다보다 ⑤깔보다 ⑥노려보다 ⑦눈여겨보다 ⑧알아보다 ⑨꿰뚫어보다 ⑩넘겨다본

이정균 경기 화정초등학교 수석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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