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알바생 33% 임금 떼이는데… 정부대책은 “홍보 강화”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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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용부 1,2월 단속결과 91%가 노동법 안지켜

이번 겨울방학 때 서울 강남지역의 한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2개월간 아르바이트를 했던 정모 양(18)은 첫 2주 동안 임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업체에서 “교육 기간에는 무급으로 일한다”며 정 양을 비롯한 모든 ‘알바생(아르바이트생)’에게 임금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 양은 오후 11시까지 일했지만 야간근로에 붙는 50% 수당 없이 최저임금 이하인 시간당 4200원만 받았다. 그는 “휴일이나 야간에 일하면 따로 수당이 붙는 줄 몰랐다”며 “지금이라도 받지 못한 돈을 청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패스트푸드점이나 주유소 편의점 등 주로 청소년들이 방학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는 업소의 노동법 위반 상황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줘야 할 임금을 주지 않거나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등 ‘꼼수’가 퍼져 있었다.

○ 10곳 중 3곳이 임금체불


고용노동부는 최근 청소년 아르바이트생이 많은 전국 918개 업소를 대상으로 노동법 준수 여부를 살펴본 결과 조사 대상업소의 91.2%인 837곳에서 임금체불과 근로계약서 미작성 등 노동법 위반 사실을 적발했다고 9일 밝혔다. 특히 임금 체불이 발생한 업체가 전체의 33.1%인 304곳에 이르렀다. 건수로는 3520건 중 549건(15.6%)이었다.

임금 체불은 대부분 야간 및 휴일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아 발생했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부지청 이정구 감독관은 “아이들이 근로기준법을 전혀 모르는 데다 영세 사업장 업주도 규정을 잘 모른다”며 “배달업체 등에서 시급의 50%에 해당하는 야간근로수당을 주지 않아 적발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등 근로조건 명시의무 위반(1440건·40.9%)과 최저임금 위반(86건·2.4%) 등 일반 사업장에서 드문 노동법 위반 사항도 많았다. 김현주 중앙대 청소년학과 교수는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서는 부모동의서가 필요하지만 상당수 청소년은 동의서 없이 일하고 있다”며 “문제 제기가 힘든 청소년들의 허점을 악용한 업주도 많다”고 말했다.

○ 매년 늘어나는 청소년 대상 법 위반

청소년 대상 노동법 위반은 증가 추세다. 2010년 겨울방학 실태점검에서는 전체 753곳 중 582곳(77.3%)이 노동법을 위반했다. 그러다 2011년에는 1790곳 중 1493곳(83.4%)에서 올해는 918곳 중 837곳(91.2%)까지 늘었다.

주무 부처인 고용부는 매년 청소년과 사업주를 대상으로 ‘홍보’를 강화하겠다는 대책만 내놓고 있다. 2010년 이래 고용부가 해당 실태점검 이후 내놓은 배포자료에는 매년 “(청소년 근로자가 알아야 하는 노동법 10가지를 담은) ‘1318 알자알자 행복일터 캠페인’을 강화하겠다” “(또래에게 노동법을 전파하는) ‘1318 알자알자 청소년리더’를 선발하겠다”는 내용만 담겼다. 고용부 측은 “대부분 영세사업주들이 적발되는 만큼 처벌을 강화하기는 힘들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문성호 한국청소년복지학회 회장은 “홍보 부족이 문제가 아니다”라며 “고용부 외에 학교나 지역 센터 등에서도 청소년들의 근로조건을 함께 감시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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