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승부조작 파장 어디까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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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가 떨고 있다. 승부조작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그 파장이 어디까지 확대될지가 가장 큰 관심사다.

8일 대구지검이 구속했다고 밝힌 3명의 전현직 선수들은 공통점이 있다. 모두 KEPCO45(옛 한국전력)에서 뛰었고 병역 해결을 위해 상무신협(상무)을 거쳤다는 것이다. 정모 씨는 프로 출범 이전에 상무를 다녀왔고 가장 먼저 구속된 염모 씨는 2005년부터, 현역 선수 김모 씨는 2007년부터 2년 동안 상무 소속이었다. 왜 하필 KEPCO45와 상무일까.

KEPCO45는 이번 시즌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프로 구단이지만 2007년까지는 아마추어 팀이었다. 선수들은 실력에 따라 연봉 계약을 하는 게 아니라 한국전력 직원 신분으로 정해진 급여를 받다 은퇴하면 일반 직원으로 돌아갔다. 신인 드래프트도 하지 않았기에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이 갈 팀이 아니었다. 프로 팀들과 전력 차이가 워낙 커 일부 선수가 고의로 실수하더라도 눈에 띄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상무는 여전히 독특한 팀이다. KEPCO45와 마찬가지로 2005년 프로 출범 때 아마추어 초청 팀으로 참가해 경기를 하고 있다. 2005시즌을 포함해 6시즌 동안 상무와 KEPCO45는 각각 세 번씩 꼴찌를 했다. KEPCO45가 프로 팀이 된 뒤 상무는 이번 시즌을 포함해 3시즌째 최하위에 처져 있다.

지난해 프로축구 K리그에서 승부조작 사건이 터졌을 때 군 검찰이 기소한 상무 소속 현역 선수는 9명에 달했다. 그들 외에도 상무를 거쳐 프로팀에 복귀한 선수가 상당수 있었다. 프로배구 관계자들은 바로 이런 점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KEPCO45 출신 선수들만 구속이 됐지만 상무를 거친 다른 팀 선수들도 승부조작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향후 추가조사 대상 선수가 10명 가까이 된다는 소문에 프로 구단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는 이유다.

배구 관계자들이 이렇게 판단하는 데는 근거가 있다. 프로 선수로 활약하다 상무에 입대하면 급여가 크게 줄어든다. 일부 프로 팀의 경우 ‘군 복무 수당’이라는 명목으로 생활비를 주기도 하지만 이전에 받던 연봉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돈의 유혹에 쉽게 흔들릴 수 있다. 염 씨의 경우 상무에 입단했을 때부터 생활 형편이 크게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프로배구팀 감독은 “상무를 다녀온 우리 팀 선수가 소환 대상에 포함돼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다른 팀에도 그런 선수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구단 차원에서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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