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 “법위반 맞지만 징계 안돼”… 檢 “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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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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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은배 판사 ‘민노당 후원 전교조 교사’ 판결문 공개

“교사들의 정치자금 기부 행위가 교사로서 지켜야 할 정치적 중립성을 해친 행위라고 볼 수 없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동의를 비판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최은배 인천지법 부장판사(사진)가 민주노동당에 불법 정치자금을 낸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 교사들의 징계와 관련한 행정소송에서 내린 판단이다.

이 같은 판단은 검찰이 지난해 5월 “교사들의 정치자금 제공행위가 헌법에 규정된 교육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한 중대 사안”이라며 전교조 교사 183명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해 대부분 1심에서 유죄가 인정됐던 것과 큰 시각차를 보이는 것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 “후원금 냈다고 정치적 활동한 것은 아니다”

최 부장판사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드러나 인천시교육청으로부터 해임 또는 정직 처분을 받은 김모 씨 등 전교조 인천지부 소속 교사 7명이 인천시교육감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 등 취소청구소송 1심에서 교사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여러 가지 판결 이유를 내놓았다.

▶본보 9일자 A1면 민노 불법후원 교사 ‘징계 부당하다’ 판결
A4면 최은배 판사 ‘민노당 후원 전교조 교사 징계 부당’…

최 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공무원에게 요구하는 정치적 중립성은 선거로 임명돼 정부의 상층부를 형성한 세력이 공무원에 대해 정치적 신념을 이유로 불이익을 가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해석해야지, 공무원이 정치적 신념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해석하거나 정치적 의사를 표현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해석할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또 “(정당에) 후원금을 납부했다고 해서 반드시 그 정당의 이념이나 강령에 동의했다고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 행위만을 가지고 후원금을 낸 사람이 정치적 활동을 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최 부장판사는 “(교사들의) 후원금 납부가 실정법인 정치자금법을 위반했다고 해서 직무상 어떤 위험이 초래됐다고 단정할 수 없고 이를 이유로 징계가 이뤄지는 경우 헌법이 정한 사상과 양심의 자유,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가 된다”고 덧붙였다. 교사들이 후원금을 낸 정당이 정부를 비판하면서 정부의 반대세력을 형성하는 경우, 이 정당에 후원금을 낸 행위에 대해 이뤄지는 징계는 정권 반대자에 대한 탄압으로 비쳐 시민의 정치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오인될 수 있기 때문에 아주 신중하게 징계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그는 “교사들이 낸 후원금이 극히 소액인 점, 인천 외 다른 시도의 상당수 교육감은 기소된 교사들을 징계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교사들의 소액 후원금 납부는 실정법으로서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것은 될지언정 공무원 관계의 질서 유지를 위한 징계 사유로는 삼을 수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징계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 “황당하다”는 검찰

이번 판결에 대해 검찰은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라는 기류가 강하다. 검사들은 형사 사건을 다루는 검사가 행정소송 판결에 의견을 밝히는 것을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1심에서 이미 유죄가 선고된 전교조 교사들의 징계가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린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행정 사건에 형사 사건의 쟁점을 적용한 판결”이라며 “민노당에 당비를 납부해 기소된 교사들에 대해 법원이 이미 유죄판결을 내렸는데 형사 판결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또 검찰의 한 중견 간부는 “보통 징계 처분과 관련한 행정소송은 징계하는 것이 맞는지 징계가 지나친지에 대해 판단하는데,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사안을 징계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수긍하기 어려운 판결”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지검의 한 평검사는 “정당에 후원금을 내는 것 자체는 국민의 정치활동의 자유를 넘어서지 않는다는 판단을 했는데 정당에 후원금을 제공한 것은 명백한 실정법 위반”이라며 “정치자금법 위반이 분명한 사안에 헌법상 정치적 자유를 들어 징계가 부당하다고 판단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인천지법으로부터 판결문이 도착하면 자세히 검토한 뒤 대응책을 논의할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법원 판결에 대해 아무것도 결정된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인천=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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