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석화공단 16분 정전… 공장 446곳 수백억 피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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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변전소 설비 고장 탓”

울산 남구의 한국전력 용연변전소 설비가 고장을 일으켜 6일 오후 1시 59분 울산 석유화학단지와 용연공단에 16분 동안 전력 공급이 중단됐다. 이날 정전으로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해 이곳 입주업체 약 446곳의 공장이 멈췄다. 40여 분 만에 변전소는 가동이 재개됐지만 석유·화학공장의 복구에 최소 일주일 이상이 걸려 수백억 원의 손해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 갑작스러운 정전에 정유·화학공장 ‘올스톱’


가장 큰 피해를 본 곳은 국내 최대의 에너지기업인 SK이노베이션의 정유·화학공장이었다. 이들 공장은 일부 시설에는 자가발전시설을 갖추고 있었지만 갑작스러운 정전에 사실상 거의 모든 공정이 중단됐다. SK는 사고 직후 액체 상태로 공장 타워와 배관 안에 남아있던 석유화학 원료가 굳는 것을 막기 위해 서둘러 이를 빼내 소각하는 작업을 벌였다.
석유화학 제품을 태울 때 발생한 검은 연기가 석유화학단지 주변 하늘을 뒤덮었고 이를 본 지역주민들의 문의전화가 소방서 등 인근 관공서에 빗발쳤다.

SK 관계자는 “오후 2시 15분 전력 공급이 정상화됐지만 공장을 재가동하기에 앞서 모든 공정에 문제가 없는지 점검해야 한다”며 “공장 설비가 피해를 보지 않았더라도 정상 가동까지는 최소 일주일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공장은 단 1분이라도 정전이 되면 모든 공정이 중단되기 때문에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정유업계는 올해 초 여수 산업단지에서 20여 분간 정전사태가 발생했을 때 GS칼텍스가 230억 원가량의 재산 피해를 봤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정전에 따른 피해 규모는 그와 비슷하거나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화케미칼도 오후 2시부터 50분간 조업이 중단됐다. 회사 관계자는 “다행히 이번에는 가동 중단 시간이 길지 않아 원료물질인 폴리머가 굳는 문제까지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울산에 고무공장과 수지공장을 가동 중인 금호석유화학도 이날 20분가량 전기가 끊겨 자가발전기를 돌리는 등 비상대응 체제를 가동했다. 금호석화 측은 이날 정전사고로 생산라인에서 상당한 양의 불량품이 발생했을 것으로 보고 피해 규모를 파악하고 있다.

○ 한전 “변전소 설비에 문제 생겨” 시인


한전은 이날 오후 “용연변전소 설비에 문제가 생겨 사고가 났다”며 정전사태의 책임이 자신들에게 있음을 인정했다. 한전 관계자는 “변전소 개폐기, 선로 등에 결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즉각 복구에 나서 오후 2시 25분 수리를 마치고 사고 발생 42분 뒤인 오후 2시 41분부터는 송전 정상화를 마쳤다”고 설명했다. 한전은 배전설비 중 하나인 가스절연개폐장치(GIS) 내부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GIS는 초고압선 합선사고가 발생하면 전기 선로를 통해 사고가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전력을 차단하는 역할을 하는 장치다. 지식경제부는 한국전력거래소, 한국전기안전공사, 한국전기연구원과 함께 정부합동 점검반을 구성하고 7일부터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현장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한전은 공단 입주 기업 등 정전지역에서 발생한 피해에 대해 규정에 따라 보상을 해야 한다. 그러나 한전은 “약관상 정전 책임이 한전에 있더라도 모든 사고를 100% 보상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중과실 여부를 따져봐야 해 현재로서는 보상 규모를 말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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