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어선 ‘붙박이 조업’서 ‘메뚜기 조업’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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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해 불법조업 갈수록 지능화

9일 오후 1시경 제주도 서북쪽 53km 해상. 중국 어선 200여 척이 반경 20km 해역에서 대규모 선단을 이루고 있었다. 이곳은 한국 측 배타적 경제수역(EEZ). 목포해경 3009함에서 내려진 고속단정 2척이 중국 어선들을 헤치고 들어가 단속에 나섰다. 이내 무허가 조업을 한 1척과 허가받은 물량보다 1410kg을 더 잡은 1척 등 불법 조업 중국 어선 2척을 붙잡았다. 이날 작전에는 경비함 2척과 헬기가 투입됐다. 또 같은 날 오후 3시경 홍도 인근 해역에서 목포해경 1006함이 어획량을 축소한 다른 불법 조업 중국 어선 1척을 나포했다. 목포해경은 중국 어선 200여 척이 선단을 이뤄 EEZ를 하루에 30여 km 씩 이동하며 작업을 하는 대규모 ‘메뚜기 조업’ 방식은 처음 등장한 것으로 보고 긴장하고 있다.

○ ‘제자리 조업’에서 ‘메뚜기 조업’으로

이 중국 어선 200여 척은 8일 전남 신안군 흑산면 소흑산도 서쪽 69km 해상에서 조업을 했다. 하루 만에 40km를 남하해 조기, 고등어 등을 잡았다. 이 선단은 3일 전남 영광군 낙월면 안마도 서북쪽 73km 해상에 100여 척이 처음 모여들며 형성됐다. 이후 1주일 동안 240km 정도 남하했고 100여 척이 더 늘어났다. 이들은 조업허가를 받아 하루에 평균 34km 거리를 계속 남하했다.

과거 중국 어선들은 계절에 따라 고기를 쫓아다니며 EEZ에서 ‘제자리 조업’을 했다. 10∼50척이 선단을 이뤄 1주일 정도 머물며 고기를 잡았다.

이처럼 중국 어선들이 ‘제자리 조업’에서 ‘메뚜기 조업’ 방식으로 진화한 것은 중국 어선에 각종 첨단 어로장비가 보급되고 선박 성능이 크게 개선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성능 좋은 어군탐지기와 해상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인 프로타를 많이 설치해 이동 조업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어군탐지기로 물고기 떼를 쫓아 계속 이동하고, 자동차의 내비게이션과 같은 기능을 하는 프로타에 그려져 있는 해도(海圖), EEZ를 따라 고기 잡는 곳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또 기존 중국 어선은 대부분 소형인 10∼20t급이었지만 최근에는 30∼40t급으로 대형화돼 엔진 성능이 개선된 것도 이유로 꼽힌다. 특히 대형 선단에는 물고기를 잡지 않고 물고기 떼 감지만을 하는 감지선 한 척이 전담 활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 불법 조업 단속 저지 지능화

불법 조업 중국 어선들은 해경이 EEZ에서 단속에 나설 경우 선박 10척씩을 하나로 묶어 저항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단속 직원들이 다치는 피해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조업 과정에서 중국 어선들은 한국 어선들과 EEZ에서 마찰을 빚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8일 오전 5시경 전북 군산시 어청도 인근 EEZ에서 목포선적 어선이 중국 어선과 충돌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군산해경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

또 해경의 단속을 피해 그물을 자르고 도주하거나 적발되더라도 오리발을 내미는 경우가 있다. 야간 조업으로 단속을 피하기도 한다. 특히 최근에는 해경의 단속 장면을 사진기나 휴대전화로 촬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행여 해경이 과잉단속을 하거나 법 집행 과정에 문제가 있을 경우 항의하기 위한 것이다. 해경 관계자는 “무허가 조업을 하다 적발되는 선박은 중국 당국에 인계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어 단속 즉시 넘겨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 대형 선단 밀집 가능성에 긴장

해경은 중국 어선 수백 척이 집단으로 모여 조업할 경우 단속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해경은 1500t급 이상 경비함에 헬기를 탑재해 단속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또 기존 주간 헬기 순찰 이외에 야간 순찰도 병행하기로 했다. 목포해경 관계자는 “대규모 선단을 효과적으로 감시하기 위해서는 시야가 좁은 경비함 대신 헬기 항공순찰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군산해경·제주해경 등과 정보 교환, 합동 단속 등을 강화하고 일제단속을 펼치기로 했다. 신안군 흑산면 대흑산도에 헬기착륙장을 건설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어선 선단의 대형화나 잦은 이동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해경 헬기나 대형 경비정 확충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해경은 현재 헬기 17대와 1000∼5000t급 경비함 29척을 갖고 있지만 불법 어로행위 근절에는 역부족이다. 특히 헬기 3대는 섬 지역 응급환자 이송에 자주 활용되고 있다. 경비함도 정비나 훈련 등으로 운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목포=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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