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삼화고속 파업 한달… 5만 시민 “불편 넘어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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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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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인천 서구 석남2동 삼화고속 차고지에 파업으로 운행을 정지한 버스들이 세워져 있다. 삼화고속의 파업이 한 달째 이어지면서 시민들은 “이제 불편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고 입을 모았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8일 인천 서구 석남2동 삼화고속 차고지에 파업으로 운행을 정지한 버스들이 세워져 있다. 삼화고속의 파업이 한 달째 이어지면서 시민들은 “이제 불편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고 입을 모았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1 회사원 권모 씨(37·인천 서구 신현동)

“집 앞에서 삼화고속 1000번을 타면 서울 직장까지 1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파업 후 버스노선이 없어져 동암역이나 계양역으로 가서 전철을 이용하다 보니 무려 2시간이 걸려 어쩔 수 없이 자가용을 끌고 다닌다. 지난달 10일 삼화고속 파업사태 이후 30만 원 넘게 기름 값이 들었다. 가계 살림이 엉망이다. 인천시는 도대체 뭘 하는 곳인지….”

#2 회사원 김모 씨(27·여·인천 남동구 구월동)

“구월동 인향스포렉스 인근에서 1300번 삼화고속 버스를 타고 서울로 출퇴근하는데 요즘 파업으로 버스가 늦게 와 평소보다 30분 일찍 정류장에 가야 한다. 퇴근 시간에는 40∼50분 기다릴 수 없어 경인전철을 이용하는데 승객이 너무 많아 집에 오면 파김치가 된다. 엉터리 버스정책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3 회사원 조모 씨(34·여·경기 부천시 중동)

“삼화고속 파업 후 생활이 엉망이 됐다. 평소보다 40분 일찍 일어나 남편과 아이들 챙긴 뒤 시내버스를 타고 부천역이나 화곡역으로 가서 전철을 이용하고 있다. 야근한 날도 늦은 시간에 삼화고속을 탈 수 있었는데…. 요즘은 ‘힘들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인천시가 빨리 대책을 마련해 줬으면 좋겠다.”

지난달 10일 시작된 삼화고속 파업이 한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인천 시민의 고단한 삶이 계속되고 있다. 삼화고속을 이용해 출퇴근하거나 통학을 하는 시민 5만여 명의 불만은 인천시를 향한 분노로 치닫고 있다. 2300번을 이용해 서울로 출퇴근하던 최모 씨(29·인천 남구 학익동)는 “송영길 시장이 취임 후 ‘경제수도’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서민들의 발인 ‘버스 파업’을 신속하게 해결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 실망스럽기만 하다”고 비난했다.

노사 협상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노조 측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급여를 올리고 근로조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견해지만 사측은 “더는 적자를 감당하기 힘들다”고 호소하고 있다. 특히 인천시가 적자노선을 보전하는 준공영제를 실시하지 않는 상황에서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게 사측의 입장이다.

다만 사측이 제시한 임금 인상안이 업계 평균 인상률 3.5%를 웃도는데도 노조가 이를 수용하지 않자 인천지역 버스업계에서는 “삼화고속 노조가 상급단체를 한국노총에서 민주노총으로 바꾸면서 사측을 길들이기 위해 강경투쟁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세부 안에서도 노조의 시각차는 크다. 노조는 한 시간에 최저임금인 4320원을 조금 웃도는 4727원을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루 19∼21시간을 일해도 세금 등을 공제하면 월급은 200만 원 정도라는 것이다. 노조는 현재 시급을 5700원으로 20.6%(973원) 올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사측이 8일 공개한 지난해 운전사의 연말정산 기준 임금총액에 따르면 광역버스(359명) 평균 임금은 3336만여 원으로 다른 인천 광역버스 회사보다 최대 10%가량 많다. 광역버스의 경우 격일제 근무형태의 임금구조라 기본근로시간보다 연장근무시간이 많아 시급은 낮지만 기본급의 2배 이상 연장근로수당과 야간근로수당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또 전국 시내버스 회사로는 유일하게 학자금(대학생은 연간 최고 260만 원, 중고교생은 전액)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인천시는 4일 삼화고속 노사가 합의문을 만들고 있다며 협상이 타결될 것처럼 언론에 알렸다가 뒤늦게 정정해 빈축을 샀다. 야간수당 등 일부 사항에서 견해차를 보여 노사협상이 결렬됐고 합의문 발표는 무기한 연기됐는데도 잘못된 정보를 언론에 흘려 시민을 혼란스럽게 만든 것이다. 이광용 씨(53·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는 “보여주기 식 행정이 빚은 어설픈 촌극에 시민의 고통만 커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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