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꿀이죽 원장’ 여전히 어린이집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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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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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유통기한 지난 음식주면 영업정지” 입법예고 했지만…

서울 강북구 수유동 고려어린이집 교사 4명이 양심선언을 했다. 이들은 “어린이집 원장이 잔반을 모아 끓인 죽을 매일 오전 10시 ‘영양죽’이라며 아이들에게 먹인다”고 말했다. 2005년 6월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이른바 ‘꿀꿀이죽’ 파동이다.

아이들이 식중독, 물 사마귀, 장염에 시달렸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사건은 법정까지 갔다. 2006년 민사소송 결과 어린이집 원장은 70여 명의 아이들에게 각각 50만 원씩, 부모들에게 10만 원씩 손해배상을 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원장은 양심 선언한 교사를 모두 해고했다.

본보 취재 결과 이 어린이집의 원장이던 이모 씨(49)는 서울 도봉구에서 버젓이 보육교사로 일하는 중인 것으로 4일 확인됐다.

꿀꿀이죽 파동 이후 이 씨는 3개월의 보육교사 자격정치 처분을 받았다. 자격정치 처분 사유도 보조금 허위청구와 유용이었다. 부모들은 이 씨의 보육교사 자격을 박탈하라고 요구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관련법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 보건복지부는 어린이집에서 유통기한을 지난 음식을 쓸 경우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겠다고 4일 발표했다. 관련 내용을 영유아보육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에 담아 입법예고한 것.

그러나 제2의 꿀꿀이죽 파동은 언제든지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현행법상 어린이집 급식은 영유아보육법이 아닌 식품위생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이다. 비위생적 급식이 적발되더라도 복지부는 운영정지 처분을 할 수 없었다. 꿀꿀이죽을 주다 걸려도 일시적인 영업정지 처분밖에 내리지 못한다.

원장자격을 박탈하는 방안은 아예 논의되지 않았다. 영유아보육법은 금고이상의 형을 받거나 아동학대로 형사처벌을 받은 경우에 한해 원장 자격을 박탈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불량급식은 아동학대의 범주에 들지 않는다. 상한 음식으로 조리하다 걸려도 다른 지역으로 옮겨 어린이집을 운영하거나 보육교사로 일하는 길이 열려있는 셈.

이 때문에 어린이집 원장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지 않으면 어린이집의 급식문제를 해결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전북의 어린이집에서 일하다 그만둔 보조교사 백모 씨는 “원장이 냄새가 이상한 단무지와 두부를 잘게 썰어 점심에 넣는 걸 보고, 휴대전화로 몰래 촬영해 구청에 제보하려고 했다”며 “나만 피해본다며 동료가 말려 그만뒀다”고 말했다. 원장들이 소위 ‘내부고발자 블랙리스트’ 정보를 공유해 재취업을 막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손숙미 한나라당 의원은 7월 어린이집 아동의 체벌·폭언·방임을 금지하고, 영업 정지 및 시설 폐쇄 규정을 포함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상하거나 유통기간이 지난 음식을 조리해서 먹일 경우 10년간 자격을 취소한다는 내용을 담았는데 소위에 계류 중이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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