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침팬지와 대화하고 원숭이 먹이주기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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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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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동물원, 멀뚱 구경에서 적극 체험공간으로

31일 경기 과천시 막계동 서울동물원에서 한 어린이가 황새 우리 앞에 설치된 ‘황새 물레방아’를 이용해 황새에게 미꾸라지를 주고 있다. 서울동물원 제공
31일 경기 과천시 막계동 서울동물원에서 한 어린이가 황새 우리 앞에 설치된 ‘황새 물레방아’를 이용해 황새에게 미꾸라지를 주고 있다. 서울동물원 제공
침팬지와 대화하고 고릴라와 몸무게 대결을 펼친다? 동물원 우리 앞에 설치된 카메라 앞에 서서 침팬지의 울음소리를 따라 하고 전자 체중계 위에 올라가 고릴라의 몸무게에 맞춰보자. 울타리 안의 단조로운 생활에 젖어있던 동물은 새로운 자극에 눈을 뜬다. 이제는 우리 안에 축 늘어져 있는 동물을 깨우기 위해 마구잡이로 동전과 먹이를 던질 필요가 없다. 경기 과천시 막계동 서울동물원이 개원 102주년을 맞아 1일 세계 최초로 과학원리를 이용해 동물과 사람이 교감하는 ‘사이언스 동물원’으로 변신한다고 선언했다.

○ 관람객이 애쓰면 동물은 더 가까이

지금까지 관람객은 동물원에서 구경만 했다. 이제 ‘사이언스 동물원’에서는 사람과 동물이 서로 교감할 수 있게 됐다. 유인원관 침팬지 우리 앞에 설치된 ‘침팬지와의 대화’ 터치스크린 앞에 서면 침팬지 연구가 제인 구달 씨(77)의 목소리로 녹음된 침팬지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구달 씨가 지난해 한국을 방문해 서울동물원을 찾았을 당시 녹음한 이 팬트후트(침팬지의 인사법)에 따라 관람객이 터치스크린에 설치된 카메라를 보며 따라 하면 된다. 소리가 침팬지와 얼마나 비슷했는지에 따라 우리 안에 있는 특별 먹이통에 간식이 주어진다. 미로처럼 생긴 먹이통에서 간식을 꺼내기 위해선 침팬지가 통로를 따라 길게 손가락을 뻗어야 한다. 관객이 노력해주는 만큼 침팬지는 한층 가까이에서 생동감을 보여준다.

고릴라 우리 앞 저울에 관람객 두 명이 함께 올라가 고릴라 몸무게의 ±5% 이내일 때 고릴라에게 간식이 제공되는 공간도 있다.

우리 앞에 있는 손잡이를 돌려 물레방아를 작동시키면 우리 안으로 이어진, 미꾸라지가 담겨있는 수문이 열리면서 황새에게 미꾸라지를 한 마리씩 줄 수 있다. 인기척에 민감한 황새는 물레방아 돌아가는 소리만 나면 이제 관객들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오곤 한다.

흰손기번원숭이에게 무화과를 줄 때나 코끼리를 목욕 시킬 때도 같은 원리가 적용돼 관람객이 동물을 위해 노력하면 한층 가까운 거리에서 동물의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다.

○ 무료한 동물원에 활력 충전

서울동물원은 공공성을 더 높이기 위해 이런 변신을 택했다. 서울동물원은 앞으로 치타, 코끼리, 호랑이처럼 많은 움직임이 필요한 동물 우리에 체험 장치를 확대 설치할 계획이다. 단순한 먹이주기에서 야생성과 활동성을 높여주는 방식도 도입한다.

사이언스 동물원으로 변신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관람 행태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원효 서울대공원장은 “예전에 악어 한 마리가 죽은 뒤 배를 갈라 보니 관람객이 우리 안에 던진 동전 1300여 개가 나오기도 했다”며 “이제는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할수록 더 재미있고 활기찬 동물 모습을 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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