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아이돌은 ‘외국어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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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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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대 오르면 K팝-춤 열정… 내려오면 외국어 열공

“처음엔 드럼과 베이스, 기타를 차에 싣고 다니면서 길거리 공연을 했죠. 끼니는 편의점에서 100엔짜리 김밥으로 때우곤 했어요.”

지난달 25일 일본 요코하마 아레나에서 열린 ‘씨엔블루’ 콘서트를 찾은 현지 팬들은 멤버들의 연주 실력뿐만 아니라 유창한 일본어에도 감동을 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멤버 4명은 관객의 반응을 살피며 대화하듯 흐름을 이어갔다. 이들은 2009년부터 일본에서 100번 넘게 공연하면서 현장 일본어를 익혔다. 요즘은 매주 3, 4차례 일본인 교사에게 과외 수업을 받는다. 리더 정용화는 일본에서 살다 온 이종현만큼 일본어를 잘한다.

케이팝(K-pop·한국대중가요)의 무대가 세계로 확장되면서 아이돌 스타들의 외국어 구사 능력이 노래와 춤 실력만큼 중요해졌다. 현지 콘서트와 팬미팅을 이끌고, 외국어 노래도 불러야 하기 때문. 대형 기획사는 자체 어학실습실을 갖추고 연습생 시절부터 영어와 일본어, 중국어 등을 가르치고 있다.

일찍 해외에 진출한 SM엔터테인먼트는 1년 이상 장기 연수를 보내 어학 교육을 받게 한다. 보아와 ‘소녀시대’ 수영은 데뷔 전 일본에서 어학연수를 받았고, ‘슈퍼주니어’ 시원과 소녀시대 효연은 중국에서 공부했다.

미국에 진출한 JYP의 ‘원더걸스’는 데뷔 초기 1년간 재미교포 강사와 합숙하면서 영어를 배웠다. 매일 영어 일기를 쓰고, 매주 영어 단어를 500개씩 외웠다. 이들을 가르친 손효민 강사는 “CNN이나 타임, 현지 신문에 나오는 비욘세 인터뷰 기사나 앤젤리나 졸리 저서를 교재로 썼다”고 전했다. 원더걸스는 올 2월 미국 ‘패션TV’와의 인터뷰에서 ‘버터발음’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2PM’의 우영은 ‘영어 독종’으로 불린다. 데뷔 전엔 미국 근처에 가보지도 않은 ‘부산 사나이’지만 부단한 노력 끝에 KBS 드라마 ‘드림하이’에서 미국 교포로 출연해 유창한 영어 실력을 뽐냈기 때문. 우영은 차로 이동 중에 영어책을 들고 다니며 공부해 단기간에 실력을 끌어올렸다. 태국계 미국인인 동료멤버 닉쿤이 “영어 표현을 물어봐 귀찮아 죽겠다”고 할 정도. ‘비스트’의 손동운과 장현승은 영어로 말하는 사람만 보면 다가가 말을 건다.

일본에 진출한 ‘카라’의 니콜은 강사와 ‘일본어 수다’로, 한승연은 일기 쓰기와 단어 시험 보기로 일본어를 익히고 있다.

아이돌 스타들의 외국어 강사는 대부분 한국어를 할 줄 아는 현지인이나 한국인 교포들이다. 강습시간이 불규칙한 데다 스타들이 어학실력 등 ‘약점’이 노출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해 소속사의 인맥을 통해 알음알음 섭외한다. 조건에 부합하는 강사를 찾기가 쉽지 않은 만큼 관련 학위나 예전 강사 경험을 크게 따지지는 않는다. 강습비는 시간당 5만 원 안팎으로 일반인과 비슷하다. 연예인을 가르친다고 홍보할 수 없어 학원이 ‘협찬’해주는 경우는 드물다.

아이돌 강사들은 발음과 주어 동사 호응 같은 ‘기본’을 강조한다. 짧고 간단한 대화라도 발음이 정확해야 잘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해외 콘서트를 앞두고는 상황별로 필요한 표현들을 ‘초치기 과외’도 한다.

아이돌 스타들은 ‘보여주기’에 익숙한 사람들이어서 표현력이 좋고 성취욕구도 높아 학습 속도가 빠르다는 게 강사들의 중평. 하지만 책상 앞에 진득하게 붙어있게 하는 건 어렵다. ‘비스트’와 ‘포미닛’의 일본어 강사 김도연 씨는 “좋아하는 주제를 화제로 삼거나 단어 빙고 게임을 하는 식으로 지루하지 않게 하려고 애쓴다”고 말했다.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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