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구조대가 왔다… 살아만 있어다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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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석 원정대 실종 나흘째… ‘화이트아웃’에 작업 지연

화이트아웃 현상이 구조작업을 가로막았다.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남벽에서 실종된 박영석 대장(48·사진)과 신동민(37) 강기석 대원(33)의 수색 작업이 안개와 계속되는 눈사태 때문에 중단됐다. 대한산악연맹은 21일 유학재 카조리 원정대장(휠라스포트) 등 긴급구조대 4명을 현지에 보냈으나 출발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구조대는 오전 11시 15분(한국 시간 오후 2시 30분)경에야 해발 4200m의 베이스캠프에 도착했다. 그러나 현지에서 계속 크고 작은 눈사태가 일어나 현장 접근이 어려웠다. 특히 화이트아웃 현상이 작업을 가로막았다.

화이트아웃은 ‘시야 상실’ 현상이라고도 한다. 눈이 많이 내린 뒤 눈 표면에 가스 혹은 안개가 낄 때 모든 것이 하얗게 보이는 상황을 말한다. 원근감과 공간감이 없어지고 지척을 분간하지 못하게 된다. 흐린 날 눈 덮인 얼음지대에서 심해진다.

이날 해발 5000m 이상 지역에 화이트아웃 현상이 생겼다. 구조대는 결국 더는 수색헬기를 띄우지 못했고 지상 수색도 못했다.

연맹은 22일 김재봉 전무이사, 정상욱 노스페이스 상무이사, 김형우 씨(동국대 OB) 등 3명의 사고대책반을 새로 파견한다. 셰르파도 7명으로 늘렸다.

연맹은 실종 대원들이 5박 6일 치 식량을 가지고 출발한 데다 고산지대에서 단련된 강한 체력을 지녔기에 안전지대에 피신해 있으면 열흘까지도 더 버틸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박 대장은 극한 환경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터득한 데다 ‘괴력의 사나이’라는 별명의 신 대원은 한국 산악계에서도 알아주는 강철 체력의 소유자다. 강 대원은 국내 산악계의 대표적인 테크니션이다.

연맹은 대원들이 눈 더미에 파묻혔거나 크레바스(얼음 틈)에 갇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원들이 추위를 피해 설동(눈구덩이)을 파고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다. 설동 속은 보온효과가 있다. 또 절벽의 굴곡진 지역에 대피했을 수도 있다. 이 경우 눈사태로 출구가 가려 있을 수 있다. 이런 지역을 파악하기 위해 구조대는 소리를 내며 반응을 탐지하는 등 음향 효과를 이용해 작업할 예정이다. 22일 현지는 오후 한때 눈이 내리고 기온은 섭씨 영하 12도로 예상된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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