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우리가 검찰의 정보수집원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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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사 권한축소’ 형소법 시행령 놓고 검-경 갈등

법무부가 경찰의 내사 범위를 대폭 축소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형소법) 시행령 초안을 마련하자 경찰도 맞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경찰은 조만간 총리실에 제출할 경찰 측 시행령 초안에 검사의 부당한 지휘에 대해 상급기관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검경이 형사소송법 개정에 이어 수사권 조정 문제를 담은 시행령을 놓고 2라운드에 돌입한 것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12일 “지금도 경찰 규정상 검사 등 상급자가 부당한 수사지휘를 할 경우 이의를 제기할 수 있게 돼 있지만 실제 그런 사례는 없었다”며 “시행령 논의 과정에서 검사의 지휘에 대해 고등검찰청 등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구체적인 이의제기 절차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경찰은 검찰이 참고인 조사나 계좌추적 등 현재 내사로 간주되는 조치들을 수사로 보고 지휘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시행령 초안에 담은 것과 관련해 ‘검사의 수사지휘를 배제한다’고 명문화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경찰이 이처럼 강공대응에 나선 것은 법무부가 낸 시행령 초안이 국회의 형소법 개정 취지와 검경의 합의 정신에 어긋나 협상 과정에서 대폭 수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경찰청은 이날 법무부의 시행령 초안에 대해 “경찰과 협의가 없었고 두 기관이 견제와 균형을 통해 투명한 수사를 하라는 국민적 기대에도 미치지 못해 대통령령 제정 논의의 기본 틀로 삼기에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특히 경찰은 법무부가 경찰 내사의 범위를 탐문이나 정보수집 등으로 한정한 것에 대해 형소법 개정 과정에서 양 기관의 수장이 합의한 약속을 깨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귀남 법무부 장관이 국회에서 경찰의 내사는 검찰의 수사지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여러 차례 발언했고, 당시 내사는 입건 전에 이뤄지는 전반적인 첩보수집 활동을 뜻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검경은 관행상 피의자 입건을 기준으로 이전 과정은 내사, 이후 과정은 수사로 구분해 왔다. 참고인 조사나 압수수색영장을 통한 계좌추적 등은 피의자를 특정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이기 때문에 모두 내사로 분류했다. 하지만 이번 법무부 초안은 이런 조치들을 내사가 아닌 수사로 간주해 검사의 지휘를 받도록 하고 있다. 경찰의 한 간부는 “경찰은 소문만 확인하고 이후부터는 사사건건 검사의 지휘를 받으라는 것이냐. 경찰이 검찰의 정보수집원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검찰은 시행령 초안에서 경찰의 내사 범위를 주변인 탐문과 정보수집으로 제한한 것은 현행 법무부령인 사법경찰관리 집무규칙에 따른 것이라는 의견이다. 집무규칙에는 ‘범죄에 관한 기사, 신고, 풍설이 있을 때 진상을 내사한 후 범죄 혐의가 있다고 인정되면 즉시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돼 있다. 지금까지는 관행적으로 입건 이전 과정만 내사로 봤지만 이 규칙에 따르면 내사는 ‘신고나 소문을 토대로 실제 범죄 혐의가 있는지 알아보는 초동수사’에 불과한 것이어서 이를 명확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또 시행령은 내사를 통해 혐의가 잡히면 경찰은 곧바로 범죄자를 피의자로 입건하도록 했다. 그러나 보완수사가 필요할 경우엔 예외적으로 수사 개시 단계를 따로 둬서 입건 전에도 계좌추적과 압수수색, 참고인 조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대법원이 2001년 “입건 여부와 관계없이 실질적으로 범죄에 대한 조사를 했다면 수사로 봐야 한다”는 취지로 판결함에 따라 내사와 수사의 구분을 명확히 하겠다는 것이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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