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銀, 해외숙소 매입에 100억… 직원주차장에 253억원 “펑펑”

  • Array
  • 입력 2011년 9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한국은행 직원용 주차장으로 쓰이는 서울 중구 소공동 주차빌딩. 11개 층짜리 주차빌딩의 4개 층을 직원용으로 매입해 쓰고 있다.
한국은행 직원용 주차장으로 쓰이는 서울 중구 소공동 주차빌딩. 11개 층짜리 주차빌딩의 4개 층을 직원용으로 매입해 쓰고 있다.
해외주재원 숙소 매입에 100억 원 지출, 253억 원짜리 직원용 주차장, 퇴직과 거의 동시에 금융기관 재취업…. 한국은행은 신(神)의 직장?

2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민주당 이용섭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미국 영국 일본 중국 독일 등 5개국, 7개 도시에 근무하는 해외주재원 36명의 숙소 매입에 100억3100만 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뉴욕의 68평 단독주택 1채, 51평형 빌라 2채 등 해외에 보유 중인 부동산이 15건이었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 다른 국책은행이 해외 직원용 숙소 거의 대부분을 임차해 사용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일반 정부부처는 부동산 매입 시 해당 부처 장관이 기획재정부 장관과 협의해야 하지만 한국은행은 총재 승인만으로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이 의원은 분석했다. 이 의원은 “한국은행이 국내에 보유 중인 부동산(사택 공관 등)도 91건(매입가 606억9200만 원)이나 된다”고 했다.

또 한국은행은 직원들만을 위한 253억 원짜리(2005년 매입가) 2곳의 주차장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기관 중 최고가 주차장이다. 11개 층짜리 서울 중구 소공동 주차빌딩 중 4개 층(293평)과 그 바로 옆 야외주차장(200평)으로, 2005년 3월 서울 중구 회현동에 갖고 있던 한국은행 소유 땅과 맞바꾼 것이라고 한다. 문제는 도심 한복판의 한국은행 부근에는 주차공간이 부족해 민원인의 경우 주차할 곳을 찾는 데 어려움이 큰데도 두 곳의 주차장은 민원인이 절대 사용할 수 없는 ‘직원용 주차장’이란 데 있다.

이 의원은 “보좌관들이 승용차를 가지고 한국은행을 두 차례 찾아 주차공간을 묻자 ‘민원인들은 공영 주차장을 이용해야 한다’는 답을 들었다”며 “이쯤 되면 단순한 직원용 주차장이 아닌 ‘황제 주차장’”이라고 꼬집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해외주재원 숙소는 매입(15건)한 것보다 임차(20건)한 것이 좀 더 많다”며 “민원인의 주차장 사용 문제는 주차장 관리를 외부에 위탁해 매끄럽지 못하게 진행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차빌딩 바로 인근에 위치한 한국은행의 야외주차장, 텅텅 비어 있지만 민원인은 절대 쓸 수 없는 ‘직원용 주차장’이다. 민주당 이용섭 의원실 제공
주차빌딩 바로 인근에 위치한 한국은행의 야외주차장, 텅텅 비어 있지만 민원인은 절대 쓸 수 없는 ‘직원용 주차장’이다. 민주당 이용섭 의원실 제공
한편 2009년부터 올 8월 말까지 부총재보 이상 퇴직자 7명 중 3명은 곧장 금융회사로 재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모 씨가 2009년 4월 25일 퇴임과 동시에 서울외국환중개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 대표적이다. 공직윤리위원회의 승인이 요식 절차에 그친 결과로 풀이된다. 같은 시기 1급 신분으로 퇴임한 퇴직자 45명 중 12명도 공백기 없이 곧바로 금융회사에 재취업했다.

이 의원은 “저축은행 사태 이후 금융감독원의 경우 취업제한 대상을 2급 이상에서 4급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했지만 한국은행은 변화가 없다”며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의 경우 재취업 시 공직윤리위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취업제한 대상자는 총재(1명), 부총재(1명), 감사(1명), 금융통화위원(4명), 부총재보(5명) 등 12명에 불과하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