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사진에 담긴 천년살이 古木들의 자태

  • Array
  • 입력 2011년 9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대구 사광회 2일까지 전시
울릉도 향나무 등 진한 감동

울릉도 도동항에 내리면 높은 절벽에서 큰 향나무가 항구를 내려다본다. 바위틈에서 3000년가량 살고 있는 국내 최고령 나무다. 대구 달성군 논공읍 금화사 주지 진성 스님은 이 향나무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 세 번이나 가파른 산을 올랐다. 스님이 정성껏 촬영한 도동 향나무(가로 180cm, 세로 221cm·사진)는 27일 오후 4시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개막해 다음 달 2일까지 열리는 ‘유엔 세계 산림의 해 기념-천년살이 우리 나무’ 전시회에 그 그윽한 모습을 드러낸다.

대구지역 사진작가 모임인 사광회(寫光會) 회원 32명은 3년 동안 제주도에서 서울까지 전국 곳곳에 있는 500∼1000년 된 노거수(老居樹)를 찾아다니며 사진에 담았다. 영주 단촌리 느티나무(오동섭), 괴산 삼송리 왕소나무(황영목), 정선 함백산 주목(차세환), 거창 대평리 왕버들(김시학), 경주 삼릉송림(서규원), 제주 하가리 팽나무(이수지), 청도 하평리 은행나무(장국현), 서울 창덕궁 향나무(홍우표), 경주 양동마을 향나무(김영모), 영월 솔고개 소나무(전창욱) 등이 노거수의 멋과 감동을 전해 준다. 날씨와 빛을 살피며 가장 좋은 모습을 얻기 위해 종일 기다리며 찍은 사진이다.

사광회는 1955년 10월 대구 사진작가 12명이 설립한 이후 56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지면서 마치 노거수처럼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다. 1964년에는 오스트리아 빈 국립화랑 초청으로 전시회를 여는 등 이번이 30회째 전시회다. 전창욱 회장(65·한국사진작가협회 기획간사)은 “노거수는 소중한 산림자원이자 문화이며 삶”이라면서 “사진을 통해 긴 세월을 품고 있는 나무들의 짙은 향기를 맡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념물이나 보호수로 지정돼 관리하는 고목(古木)은 전국적으로 2만여 그루. 이번에 전시되는 사진은 고목 중의 고목이다. 50년가량 나무를 연구한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71)는 “노거수는 수천 년 동안 우리 역사를 목격한 살아 있는 문화유산”이라며 “전국의 노거수를 한자리에 모은 사진을 보면 감동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